―미국 경제가 언제부터 회복될 것으로 보는가.
▲미 경제는 4·4분기에 이미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 내년 1·4분기부터 경제가 안정세로 전환한 뒤 2·4분기부터 본격적인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3%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현재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공산품 재고가 많다는 데 있다. 공장마다 팔리지 않고 쌓여있는 재고가 역사상 최고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이 재고가 아주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고 있다. 재고가 다 떨어지면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당연히 경제회복이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판매가 무이자 할부에 힘입어 급증가하고 있는데 현재 팔리는 자동차도 재고분인가.
▲그렇다. 디트로이트에서 팔리는 자동차는 현재 모두 재고로 보면 된다. 자동차가 공산품 판매를 주도하면서 다른 산업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재고가 다 팔리면 대부분 공장들이 새 상품을 생산하게 되고 그러면 당연히 산업 생산성이 높아지게 된다. 고용이 다시 시작되는 것도 이 시점으로 보면 된다.
―성장률이 향상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나.
▲내년 1·4분기부터 현재의 마이너스 성장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1·4분기 성장률은 현재 마이너스에서 제로 정도로 방향을 잡고, 2·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내년 성장률이 2.3%가 된다는 근거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인하 효과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들어 11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한 효과가 내년 초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 효과만으로도 성장률은 2.5% 높아진다. 게다가 미 의회가 9·11 테러 이후 집행한 두차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0.6% 정도 성장률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항공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의회가 승인한 경기부양책 등의 효과가 그 정도 된다는 얘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1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통과되면 효과는 더 커진다.
―금리인하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많은데.
▲현 수준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아무런 근거도 갖고 있지 않다. 미 경제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미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이외에도 많다. 예컨대 국내외 유가하락이 가져다주는 경제효과가 대단하다. 유가가 현 수준에서 안정될 경우 미 전체적으로 1500억달러 정도의 경제효과가 있다. 유가하락이 개인가정에 미치는 효과만 800억달러다.
―유가 안정이 개인의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미 개인가정이 1년에 자동차 휘발유값 등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비용이 5000∼6000달러다. 유가가 현 상태로 안정될 경우 지난해 유가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보다 가구당 750∼8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이 돈이 다 소비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상당부분 소비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리인하, 경기부양책, 에너지가격 안정 등이 현재의 경기침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어 내년에는 경제가 호전된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소비진작에 따른 경제회복이다. 그러나 최근 1년중 최대 대목기간인데도 실질 소비성장률이 -3.7%에 머물러 있다.
▲사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인들의 실질소득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계속 올라간다는 데 있다. 미국 가정소득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이 부동산이다. 전체 재산의 65∼70%를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90년초 경기침체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집값이 오른다고 실질적으로 소비에 쓸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최근 상황은 다르다. 금리인하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론) 이자율이 크게 낮아졌다. 집값은 오르고 모기지 론 이자율은 내리니까 사람들이 주택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재융자를 받고 있다. 최근 재융자를 받는 사람들은 기존의 융자금을 갚고도 평균 3만달러씩의 현금을 가져가고 있다. 이 돈으로 새 차도 사고 여행도 다니고 기존 카드빚도 갚는다. 주가가 많이 하락했지만 부동산 가격인상폭이 커 소비력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미 전체적으로 침체 분위기가 크지 않은 것도 부동산 가격 인상에 기인한 바 크다.
―실업률 상승에 따른 고용불안에 대해.
▲실업률은 앞으로도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2·4분기에 7%대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이 재고판매를 끝내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면서 고용을 재개할 계획이기 때문에 실업률은 다시 내려갈 전망이다. 웰스파고은행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너럴 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미 자동체 업체들도 내년 1·4분기를 지나면서 신규고용을 시작할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제조업체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정도에 불과하다. 80%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 업계의 고용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 미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서비스업계의 실업자가 급증하기 때문에 전체 실업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업계 역시 내년 2·4분기를 지나면서 고용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산업생산성이 증대돼 새로 만든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서비스 업계도 고용을 증대할 수밖에 없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성장은 미국의 경제성장과 직결된다. 반도체 경기전망은 어떤가.
▲반도체 경기 역시 바닥을 쳤다고 확신한다.
―미국내 PC 판매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판매가 늘 수 있다는 말인가.
▲PC 판매가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사용처가 PC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판매가 급증하는 지능장난감,DVD,휴대폰,게임기 등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반도체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칩 위주의 생산에만 머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요한 지적이다. 메모리 칩은 이윤이 적고 경쟁이 심하다. 미국 업체, 예를 들어 인텔과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등은 프로세싱 칩(Processing Chip)과 인공지능 칩(Thinking Chip)을 주로 생산하는 체제로 돌아섰다.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심각히 고려해볼 대목이다.
―한국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도 경제성장의 전환점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전체 에너지 소비의 50%를 외국에 의존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사실상 100%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유가하락이라는 최대 호재를 잘 살려야 한다. 다만 현재 일본 엔화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일본과의 경쟁관계에 있는 관련산업의 타격이 우려된다.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제분석과 전망을 위한 기초자료를 어떻게 확보하는지 궁금하다.
▲미 전역에 걸쳐 6000개의 웰스파고 지점이 있다. 각 지점에서 올라오는 보고서가 기초적인 분석자료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판단 근거는 은행 고객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얻고 있다. 디트로이트에 있는 자동차 회사부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인텔, 시스코 시스템스 등 첨단 정보기술(IT)산업에 이르기까지 주요기업들이 모두 다 웰스파고의 고객이다. 회사 고위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거나 전화상담, 현지방문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