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판 CNN 방송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동지역 유력 방송사인 알자지라방송이 이라크가 생포한 미군의 모습을 TV로 방영한 것을 두고 미국측이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생포 미군과 함께 이라크군에 의해 사살된 미군이 아랍권 방송을 탄 것은 개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이번 방송은 연합군의 일방적인 승리를 기대했던 미국 국민에게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는 반전여론도 이를 계기로 한층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군포로 방영논란=알자지라 방송은 23일(현지시간) 이라크TV가 이라크 남부지역 나시리야에서 생포된 미군병사 포로들의 장면을 방송했다. 이를 통해 미군으로 보이는 병사 5명이 이라크 군인들로부터 심문을 받는 모습이 생생히 방영됐다. 이들은 공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영어를 사용해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캔사스 출신이라고 밝힌 한 미군 병사는 “왜 이라크에 왔느냐”는 질문에 “이곳으로 오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누구를 죽이려고 온 것은 아니며 총격을 받았을 때만 응사했다”고 답했다. 텍사스 출신의 한 병사도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방송에서는 또 자신을 507 정비 중대 소속이라고 밝힌 미군 병장 한 명과 여군도 모습을 나타났다. 이라크군에 포로로 잡힌 미군 병사 5명 중 2명은 붕대를 감은 상태였으며 이 중 한명은 얼굴, 팔 등에 핏자국이 보이기도 했다.
◇미국 강력 비난=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미군 병사들의 얼굴을 방송에 그대로 내보낸 이라크 당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이라크가 생포된 미군병사들을 제네바 협약에 따라 대우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포로들의 모습이 TV에 방영된다면 이는 포로에 관한 제네바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9년 제정된 제네바 협약은 전쟁포로를 죽이거나 건강상의 심각한 위협을 주는 불법적 행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포로들에게도 인도적 권리를 누릴 자격을 보장하고 있다.
한편, 알자지라가 방송한 생포 미군 병사의 진위여부에 대해 당초 논란이 있었으나 방송 직후 미 국방부가 미군 10여명이 나시리야 전투에서 포로로 잡혔다고 시인했다고 CNN이 보도함에 따라 방송에 나온 포로들은 미군임이 확인됐다.
이 방송을 본 미국인들은 분노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재 전쟁에 참여중인 미군들은 곤혹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 방송을 지켜 본 존 앨러맨 하사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는 적어도 TV를 통해 시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며 흥분했다.
이라크측이 포로들의 모습을 TV로 내보낸 것은 미군에 대한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93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미국 병사들의 시신을 소말리아 군중들이 수도 모가디슈 거리에서 끌고 다니는 모습이 TV에 방영돼 미국인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으며 결국 미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소말리아에서 철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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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ysb@fnnews.com 장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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