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회계 기준으로 정부부처가 요구한 내년 예산은 증가율면에서 지난 2001년(32.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가 548% 증액된 예산을 요구하는 등 100% 이상을 요구한 부처가 8개, 50∼100% 미만 증액을 요구한 부처는 8개였다. 반면 10% 미만 증액을 요청한 부처는 올 예산보다 1.1% 줄어든 예산을 올린 조달청을 포함해 9개에 그쳤다.
각 정부부처가 요구한 예산이 올 예산보다 평균 30%가 넘는 32조원인 반면, 내년 세입은 올해보다 많아야 6조∼7조원 수준이어서 부처가 계획한 사업이 모두 집행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분야별 특징=예산요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지난해에 이어 산업·중소기업·수출 지원 분야가 차지했다.
지난해 예산요구 증가율이 87.6%를 차지했던 중소기업 등 지원분야는 부품·소재 기술개발 사업에 1700억원, 외국인 투자유치에 1514억원,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에 1428억원 등 모두 7조1000억원을 요구, 증가율이 112.9%에 달했다.
금액면으로 2위를 차지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지난해 요구액 증가율 36.6%를 조금 넘는 40.1%를 기록했다.
부산신항·광양항·인천국제공항 등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건설에 필요한 예산요구액이 5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늘었고 내년에 공사화하는 철도구조개혁에 7000억원, 내년부터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고속철도에 2조7000억원의 예산 배정을 요구했다. 소요예산은 모두 23조3839억원에 달한다.
예산처는 국가균형발전, 동북아 계획을 위해 중소기업 지원과 SOC 분야 요구증가율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증가율면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 높지 않은 28.3%를 기록한 국방비는 금액증가에서 2위를 기록했다. 국방부는 올해 17조여원이 배정된 국방비를 22조여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일 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국방비 증액을 요구한 것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국방부는 국내총생산(GDP)의 3.2% 수준으로 국방비를 증액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금액면에서 여전히 예산배정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교육분야는 내년 예산요구 증가율이 9.5%로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요구액 대폭 삭감 예상=예산처는 내년 세입여건이 어려워 정부부처가 요구한 사업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모든 예산사업을 영점기준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요구액이 32조원 늘어난 반면, 세입증가는 기껏해야 6조∼7조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올해 1조6000억원에 달했던 주식매각수입이 내년에는 급격히 감소할 전망인 데다, 올해 경기침체로 내년에 거둬들일 법인세수 역시 급감할 것으로 보여 적자국채발행에 나서지 않을 경우 가용재원은 118조∼119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산처는 내다보고 있다.
임상규 예산처 예산실장은 “균형예산 원칙을 지킨다는 게 예산처 입장”이라며 “현재는 적자국채발행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봉흠 예산처장관도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예산액요구증가율이 높은 부처의 요구는 반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예산을 따내기 위한 부처별 물밑 힘겨루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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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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