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쇼핑몰이 해괴한 1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인터파크가 최근 지난 8월 이후 12주 동안 종합 인터넷쇼핑몰에서 방문자수 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 문제는 매출도, 수수료도, 이익도 아닌 방문자수라는 해괴한 기준이다.
1위를 주장하는 인터파크의 속내는 이렇다. 지난 8월11일 도서부문 도매인을, 9월1일 티켓부문 도메인을 각각 인터파크가 통합하면서 방문자수가 늘어 1위에 등극했다는 것이다. 인터파크의 이같은 주장은 인터넷쇼핑몰 2세대라 할 수 있는 LG이숍, CJ몰 등에 밀려 순위가 처진 1세대의 자존심 인터파크의 다급한 심정을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상위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1위를 차지하고 싶은 간절함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같은 주장은 성급한 것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인터파크의 주장대로라면 학생들의 약속 장소로 많이 이용되는 신촌의 모백화점은 방문객수 1위, 공중파 방송 사이에 채널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홈쇼핑은 시청률 1위, 회원수가 가장 많은 다단계회사는 정규, 비정규 구분없이 회원수 1위 등…. 그야말로 매출이나 규모와 관련없는 1위 천지가 될 것이다.
지난해 초로 기억된다. 당시 LG이숍, CJ몰 등 2세대 쇼핑몰들이 1세대 쇼핑몰과의 매출차이를 좁혀오며 1위 논란을 제기하자 인터파크 등 1세대 인터넷쇼핑몰들은 더 이상 양적경쟁을 하지 않는다며 순위경쟁을 초월한 성숙된 모습이었다. 출혈경쟁 대신 내실에 주력, 수익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인터파크가 해괴한 1위 경쟁에 불을 댕겼다. 특히나 지난해 초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어들면서 업체들이 1위자리를 놓고 한가하게 논쟁을 벌일 처지도 아니다. 당연히 논쟁을 일으킨 쪽에 화살이 돌아가게 마련이다.
인터파크측은 이같은 시각에 대해 “인터파크의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를 실추시키려는 악의적 의도가 담긴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인터넷쇼핑몰들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순위 논쟁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선두자리를 위협받는 가운데서도 논쟁에 개의치 않고 내실에 주력하겠다던 2년 전 인터파크의 의연하던 모습은 어디갔는가.
/
yih@fnnews.com 유인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