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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 up 코리아-님비·핌피현상] 의왕시 청계동 광역도로의 경우


자신이 사는 마을로 사통팔달 광역도로가 지나간다면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외곽순환도로와 과천∼의왕간 고속화도로 등 고속도로 두곳이 지나는 경기도 의왕시 청계동 주민들은 이 사실이 부담스럽다. 더이상의 추가 도로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2개 광역도로가 마을 위를 지나면서 30미터가 넘는 교각 수십개가 곳곳에 세워져 흉물처럼 보이는데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분진 및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십개 교각 때문에 음지가 많이 생겨 농사가 주업인 이곳 주민들은 작물 생산량도 줄었고 시는 도시개발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인데 정부가 최근 이곳에 추가 도로 4개와 호남고속철 등 5개 광역도로교통망을 민간제안사업 또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과 시는 이제 생존권 차원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민 박철웅씨는 “정부가 추진중인 도로 중 4개가 또 마을 위를 통과하는 것으로 돼있다”며 “대한민국 어느 곳에도 이런 동네는 없다”고 말했다. 의왕환경운동연합 민석기 사무국장은 “의왕시민들에게는 해당 도로를 통한 편익은 거의 없고 공해,환경 훼손,도시발전 저해 등 피해만 있다”며 “의왕시가 힘있는 시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계획하는 의왕시 관통 새 광역도로는 의왕시 청계동,고천,학의동을 지나는 제2 과천∼의왕간 고속화도로,청계·학의동을 관통하는 제2경인고속도로,또 청계·학의동을 지나는 학의∼분당간 고속화도로,호남선 고속철도,수도권 서부고속도로 등이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의왕이 광역도로망으로 개발에 지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의왕시가 다른 시에 비해 힘이 없어 도로 관통을 용납 했다는 주민들의 주장은 억측”이라고 말했다.

의왕시는 시면적도 53.95㎢로 작은데다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89.5%,임야가 전체 면적의 60%를 초과하는 소도시다. 마을 위로 도로가 지나가면서 지역생활권도 나뉘어졌다.

때문에 의왕시민들은 추가 도로 건설을 계속 반대해 왔다. 예를 들면 두산건설이 처음 민자사업으로 제2 과천∼의왕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제안했을 때부터 주민들은 줄곧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 민자사업은 결국 정부에 의해 승인됐고 곧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의왕 살리기 시민모임’ 관계자는 “광역도로망 추가 건설로 그린벨트 해제지에 첨단 산업단지 및 친환경 테마파크를 조성하려던 시의 계획이 지장을 빚고 지역민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고 말했다. 그는 “의왕∼과천 고속화도로는 확장 예산을 이미 반영해놓아 제2도로가 필요없고 학의∼분당 고속화도로는 성남에서 제2경인고속도로와 이으면 된다”고 말했다. 학의동 주민 김여수씨는 “의왕시와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시민 서명 운동과 도청 및 건교부,두산건설 항의방문 항의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며 “이것은 님비가 아니라 생존권 투쟁”이라고 말했다.

/ jerry@fnnews.com 김종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