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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약이야기] 소화제도 약이다


소화제는 우리가 접하는 가장 흔한 약물 중 하나다.

상비약처럼 인식되다보니 어느 가정이나 한두 종류의 소화제를 갖춰놓고 있다. 그 덕분에 2003년 한해에만 1000억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소화제를 복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화불량(消化不良)이다.

소화불량은 말 그대로 음식물을 먹은 후 소화·흡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속이 더부룩하거나 상복부가 불쾌한 증상으로, 일종의 ‘소화기 병’이라 할 수 있다.

■소화불량 왜 생기나

소화불량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위염, 위암, 간장질환 등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췌장에서 소화 효소액을 충분히 분비하지 못해도 소화불량증상이 나타난다.

때로는 뚜렷한 원인이 없는데도 위의 기능이 저하되어 만성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소화제를 약으로 생각하지 않고 마치 콜라를 마시듯 습관처럼 복용하는 경향이 있다.

위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보니 속이 답답하고 구토현상이 나타나 자연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소화제도 약이다.

따라서 무조건 약물에 의존하기보다는 의·약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소화불량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후 약물의 사용여부와 사용방법 등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화제의 종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화제에는 크게 4가지 종류가 있다.

위장관 운동촉진제, 소화 효소제, 가스 제거제, 제산제 등이 그것이다.

위장관 운동 촉진제는 말 그대로 위장관의 기능(위장의 수축이나 연동 운동 등)을 촉진시켜 위장 속의 음식물을 빠르게 배출시킴으로써 소화를 돕는 약물이다. 기능성소화불량 개선제라고도 한다.

이런 약물로 비교적 일찍 출시된 것이 ‘메토클로프로파미드’제제(제품명 맥소롱 등)이다. 그러나 이 약물은 뇌속의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쳐 지금은 거의 안쓰는 추세다.

그래서 나온 약물이 ‘돔페리돈’제제(제품명 멕시롱·모티리움 등), ‘트리메부틴’제제(제품명 포리부틴·모티리움 등), ‘시사프라이드’제제(제품명 프레팔시드 등)다. 이들 제제는 도파민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과민성 대장증후군 개선에 비교적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킴으로써 소화를 돕는 시사프라이드제제는 임산부나 뇌심혈관질환자에게 부작용이 큰 것으로 지적돼 지금은 생산이 중단됐다.

소화제중 가장 대중적인 약물은 소화효소제다.

이 약물은 췌장에서 분비하는 소화 효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각각 분해시키는 아밀라아제(다당류 분해효소),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 효소), 리파아제(지방 분해 효소)가 주성분이다. 대웅제약의 ‘닥터 베아제’, 중외제약의 ‘셀파제’, 한독약품의 ‘훼스탈 플러스’ 등이 이런 약물에 속한다.

프리미엄급 고급 소화제를 지향하는 이런 약물들은 소화불량으로 인한 더부룩함, 위부 불쾌감 등을 신속히 제거해 주는 효능 때문에 최근 애용인구가 늘고 있다.

그러나 자주 복용하는 것은 이롭지 못하다.

췌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소화액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할 때 사용하는 약물인데, 장기 복용하다 보면 의존성을 키워 소화액의 생산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황에 맞게 조절해 복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스제거제는 배에 가스가 차거나 복부팽만감이 있을 때 복용하는 약으로, 가스를 제거해주는 시메치콘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요즘 나오는 프리미엄급 고급소화제들은 대게 이런 기능을 함께 하는 약물이다.

제산제는 위산이 과잉 분비되었을 때 신속히 위산의 수소이온을 중화시켜 위의 불쾌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주성분이 알루미늄·마그네슘·칼슘·나트륨 등의 금속이온이어서 인체의 전해질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하면 당초의 약효을 얻지 못할 수 도 있다.


기능을 개선한 우수한 소화제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약 선택에 이래저래 고민이 적지 않은 셈이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유병율이 높은 ‘기능성 소화 불량’은 아직 병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소화제만으로 병을 완치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약을 복용할 때는 가능한한 의?^약사 등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수적이라는 조언도 이런 맥락이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