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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시대 절약만이 살길이다―정부대책] 차량 강제10부제는 자제


정부는 앞으로 원유의 수급 차질만 빚지 않는다면 가격안정 위주로 에너지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5일 “불확실성 요인이 많아 유가 안정을 낙관하기 어렵지만 그렇더라도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차량 강제 10부제 등은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강제 10부제를 시행해 가시적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특별소비세 인하까지 단행하면서 내수촉진에 사활을 건 정부로서는 ‘엇박자 정책’이 될 수 있어 ‘10부제’ 카드를 섣불리 빼들기 힘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따라서 에너지다소비사업장 등 산업부문의 고효율 대책을 중심으로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가가 2·4분기에 배럴당 26∼28달러를 벗어날 경우 정부는 별도의 유가안정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문에 대한 정부의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촉진 대책은 자발적협약(VA),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업종별협의회(ESP) 외에도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우선 연내 에너지를 많이 쓰는 540개 업체를 대상으로 에너지관리 실태를 진단해 개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민간부문의 ‘자율 진단능력’을 키우기 위한 에너지진단사도 자격증의 국가공인을 추진, 다소비기업의 채용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부문 역시 연 4.75%의 금리에 8년 거치, 7년 상환조건인 집단에너지사업에 1720억원을 지원하는 등 4854억원을 풀기로 했다.

배기량 1500cc이하 자동차와 1500cc초과 자동차로 크게 나눠 기준평균연비를 설정, 고시해 연비향상을 꾀하는 방향으로 평균에너지소비효율제도를 바꾸고 경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보급을 적극 추진한다.

수송에너지절감을 위한 자동차산업의 투자촉진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보급확대도 추진된다.

이같은 대책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에너지절감 효과가 기대되지만 정부 대책에 대한 ‘불신’이 만만치 않아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유가가 급등하는 ‘오일 쇼크’ 때면 고개를 들었다가 원유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흐지부지 되는 등 지속성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 박사는 “에너지 절약에 왕도(王道)가 있을 수는 없지만 정부 대책이 장기적 비전아래 이뤄졌는가는 따져 봐야 할 문제”라며 “유가파동이 지나가면 에너지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줘야만 안정적인 에너지설비투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박사는 또 “선진국의 에너지 절약은 산업설비 및 일반 에너지소비의 고효율기기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유수요량의 10%를 해외 개발을 통해 들여오고 있는 일본과 달리, 3%에 머물고 있는 해외자원개발 역시 보다 세심한 배려가 뒷받침되어야만 투자확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