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만큼 인재와 정보기술(IT)의 경쟁력이 사활을 좌우하는 곳도 없다.
각 은행의 전산시스템 도입에 따른 은행업무의 변화는 이미 시스템 가동에 들어간 기업은행의 사례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선 번호하나로 모든 거래가 가능해지는 원넘버 시스템, 은행 입장에선 보험 투신 증권 등 모든 상품을 팔 수 있는 원스톱 뱅킹이 가능해졌다.
또 연중 무휴로 금융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른바 24시간, 365일동안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24365’서비스가 일반화되는 것이다. 은행측은 상품을 구성하는 원금, 금리, 기간, 수수료, 서비스 등을 모두 데이터베이스(DB)화할 수 있게 돼 고객의 요구나 은행기여도에 따라 차별화된 상품조건과 서비스를 맞춘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상품개발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종전에는 상품 하나를 개발하는데 1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그러나 새 시스템은 고객 요구에 맞춰 조립만 하면 신상품을 1주일, 빠르면 1∼2일에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우리은행은 “은행은 더욱 세분화된 상품 제공을, 고객은 ‘맞춤기성복’같은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업무량을 줄인 여력을 영업력과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쓸 수 있게 돼 고객 중심의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시30분께 문을 닫으면 늦게까지 결산을 해야 했던 은행 내부의 풍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1일 결산체계가 구축되기 때문.
기업은행측은 “기존에는 A지점에서 받은 계좌번호를 B지점으로 전입하면 바꿔야 했지만 이젠 새 전산시스템 덕분에 고객이 9자리 이내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계좌를 선택하면 계속 이용할 수 있는 평생계좌가 도입됐다”고 말했다.
한 은행에 여러 계좌나 보험 상품을 가입한 후 창구를 찾았다가 복잡하게 업무를 처리하느라 시간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거래집중으로 인한 전산시스템 장애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휴를 앞두고 금융거래가 몰려 처리건수가 하루 800만∼900만건에 달하면 메인기억장치인 CPU포화로 전산장애 우려가 컸었다”며 “그러나 1대에 몰려 있던 업무량을 분산시키는 무정지 병렬 시스템을 도입, 앞으로는 이런 걱정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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