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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멜트 회장 방한의 교훈/홍순재기자


지난 1일 한국을 방문해 11시간 동안 숨돌릴 틈 없는 비즈니스 일정을 소화한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의 방한(訪韓)이 화제에 올랐다. 그는 오전 10시에 전용기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해 오후 9시쯤 GE본사가 있는 미국 코네티컷 페어필드로 돌아갈 때까지 무려 7개의 공식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만남을 가진 사람만 20여명으로 모두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거물급 인사들이었다.

회견내용도 매우 다양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만나 엔진납품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으며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는 GE-현대차간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SK㈜회장, 제프리 존스 암참 회장 등과 가진 원탁회의에서는 한국의 경제·정치·사회 상황 등 전반에 걸쳐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의 대부분은 이멜트 회장에 대해 ‘솔직담백하고 형식을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의 자유롭고 활발한 활동은 현대차 행사장에서 증명됐다. 지난 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래형 자동차 개발 기념식장’. 이멜트 회장은 수행비서 없이 홀연히 나타나 행사장 곳곳을 다니며 대화를 나눴다. 동선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만약 그의 얼굴을 몰랐다면 미처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물론 준비된 연설문도 없었다.

현장에서 그를 취재했던 기자들은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보통 그룹 회장이나 사장이 외부행사에 참석할 때 수명의 간부직원들이 그 뒤를 따르는 모습에 익숙한 우리 기자들로서는 사뭇 다른 상황을 경험했다.

돌연 국내 재벌기업 부회장의 아프리카 출장이 떠올랐다. 케냐 도착→자사 전시장 개관식 참석→유통업체 사장과 회의→사파리 관광으로 이어지는 그의 1박 2일 일정은 이멜트 회장에 비하면 너무도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차라리 비즈니스 스케줄이라기보다는 관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지법인에서는 부회장 방문에 맞춰 도심 주요지역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는가 하면 전시장을 초호화판으로 장식했다고 하니 GE 같은 회사에서는 상상도 못할 과잉충성일 것이다.

이멜트 회장의 방한기가 회자되는 것은 단순히 그가 세계최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점 때문만은 아닌 듯싶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