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생로병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염색체의 일부인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를 짧게해 암세포만을 사멸시키는 새로운 기전의 경구용 항암제가 국내의 한 벤처제약기업에 의해 개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동물의약품 전문기업이었던 바이오벤처기업 코미팜(대표 양용진)은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텔로미어 단축을 통해 암세포가 다른 신체 부위로 전이되는 것을 억제하고 머리털이 빠지거나 구토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임상결과 확인된 획기적인 항암제를 개발, 조만간 임상 3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미팜에 따르면 ‘코미녹스(물질명 KML001)’라고 명명된 이 항암제는 유럽(독일)에서 실시된 임상 1상과 2상 시험결과 종양의 크기가 줄고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는 등 뛰어난 암치료 효과를 보였다.
전립선암 등 전이가 진행된 말기암환자 40명을 4그룹으로 나누어 4주간 실시한 임상 2상 시험에서 코미녹스 2정씩을 하루 1∼2회 식사 30분전에 투여한 결과 전체의 70%인 약 28명의 환자에서 종양의 크기와 종양마커(유전학에서 표지로 사용되는 유전자)가 감소했으며, 나머지 30%의 환자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코미팜 중앙연구소 이상봉 박사는 이날 회견에서 “종양크기는 7∼20%가 줄었고, 종양마커(기준치 0∼4ng/ml)는 한 환자의 경우 161에서 0.37로, 또 다른 환자는 725에서 6.15로 감소했다”며 “코미녹스는 원발성 전립선암은 물론 전이된 이차성암(폐암, 간암, 대장암, 직장암, 방광암, 고환암, 골암) 등 여러 종류의 암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임상결과 이 약물은 암세포만 공격하고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구토, 탈모, 체중감소, 식용부진 등 기존의 항암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개발한 코미녹스는 어떤 작용기전을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일까.
코미팜에 따르면 이 항암제는 세포의 염색체 양끝에 붙어있는 ‘텔로미어’라는 염색체 보호막 부위에서 특이 또는 비특위적인 DNA 손상을 일으켜 텔로미어가 서로 엉겨붙게 함으로써 더 이상의 암세포 전이 및 증식을 억제하고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세포는 생존기간 동안 보통 50∼100번 정도의 세포분열을 하는데 이 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텔로미어가 모두 닳게 되면 세포는 죽게된다.
이에따라 최근 과학자들은 텔로미어를 거꾸로 되돌려 노화를 억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정상세포의 경우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분열을 중지하지만 암세포의 텔로미어는 짧아지지 않아 세포가 죽지 않고 무한 분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미팜이 개발한 코미녹스도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한편, 양용진 사장은 “코미녹스는 돼지 등에 대한 질병 치료 등 약 25년간의 동물실험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축적된 경험적 기술에 의해 개발하게 됐다”며 “임상 3상 시험이 끝나면 유럽연합을 시작으로 미국 등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신약 허가 등록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제약사의 신약 개발능력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미 개발된 확신에 찬 물질로 임상을 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개발비용에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지만 앞으로 적응증을 추가하면 임상 비용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획기적 신약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에서의 임상보다 선진외국에서의 임상시험이 더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코미팜은 이 항암제를 이르면 오는 2006년 초 부터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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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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