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5일 MBC 라디오 방송에서 ‘경제희망론’을 펴면서 주택·보육·노인요양 등과 관련한 서민들의 민생고를 어루만지겠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행군 때 지도를 들고 앞서 가는 중대장보다는 뒤에 따라가면서 낙오자를 돌보는 ‘인사계’와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별한 불경기’지만 경제 튼튼하다=노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특별한 불경기’라고 규정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의 무분별한 대출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과 이로 인한 소비위축을 원인으로 꼽았다. 노대통령은 “다행히 수출경쟁력이 막강해 우리 경제전체가 버텨간다”고 진단했다.
이어 노대통령은 “경기관리는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가계부채는 안정되고 더 늘지 않아 가계부채로 인한 경기침체는 이 고비 넘어가면 다시 위로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몸에 열이 나면 의사가 사람을 체크하듯이 전부 체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소개하고 “매주 점검해보는 데 지금 경제가 안돌아가는 것이 문제지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의 건강은 좋고 튼튼하다”며 좋아질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노대통령은 “배 아프면 병원 가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또 응급실에 가더라도 기다려야 한다”는 비유를 들면서 “대통령을 믿고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하자”고 당부했다.
◇국가균형발전, 비만 줄이듯 결단내려야=노대통령은 인구의 48%, 경제의 70%가 몰려 있는 수도권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집값 잡으려고 집을 지으려 해도 집 지을 땅이 없다고 지적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살 수 있는 정책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며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노대통령은 “30년전부터 ‘그리 해야 된다. 해야 된다’ 하면서 계속 나빠진 게 아니냐”고 반문하고 “살빼야지 살빼야지 하면서 계속 살찌는 것하고 같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듯 수도권도 수도권 정비계획법, 공장총량제 등으로 꼭 묶여 있다고 비유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수도권이 동북아 경제중심지가 되자면 인구를 더 늘리지 않고 또 어떤 곳은 줄이더라도 개발해야 할 때 개발해야 하는 데 수도권 규재법은 한줄만 건드려도 전 지방이 들고 일어나 반대해 국가적인 싸움이 된다는 말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노대통령은 “담배 끊는 것하고 비만을 줄이는 것하고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라는 말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포함하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반드시 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집값, 땅값 오르는 것 꼭 막는다”=노대통령은 여성취업문제와 탁아, 노인요양문제, 주택문제에 대해 정책방향을 명쾌하게 밝혔다.
먼저 노인요양 문제와 관련, 노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시설이 12∼13%밖에 안된다”고 지적하고 “중형 종합병원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해 요양병원으로 만드는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노대통령은 “국가가 하고 있는 시설보호의 수준을 높이겠다”면서 “노인을 돌볼 수 있는 병원을 특별히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육문제와 관련해 노대통령은 “올해 4000억원인 예산을 내년에 6000억원으로 50% 증액했기 때문에 수혜자가 27만명에서 41만명으로 늘어난다”면서 “출산에서 보육원에 보내는 때까지 (지원)프로그램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노대통령은 사교육비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낳는 아이들은 절대 사교육비 걱정 안할 겁니다”고 분명한 획을 그었다.
주택문제와 관련해 노대통령은 지난 88년과 89년에 두배 뛴 집값이 90년에 두배 뛰어 자살한 사람이 많고 변두리로 밀려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집값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노대통령은 “주택 값이 높으면 인건비가 높아지니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전체 경제를 위해서나 주택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나 반드시 잡겠다”고 약속했다.
어려움도 털어놨다. 지방에는 택지를 싸게 공급하고 싸게 집을 지어 공급해도 들어올 사람이 없는 반면 수도권과 서울은 집 지을 땅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지난한 과제’라는 게 노대통령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노대통령은 그런데도 “투기때문에 수요공급에 관계없이 땅값, 집값이 오르는 것은 꼭 막아낼 것”이라며 집값 안정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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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사진설명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스튜디오에서 가진 ‘여성시대 방송30년 기획특집’ 녹화에 앞서 진행자 및 방청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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