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한국형 뉴딜정책’(종합투자계획)이 계획 확정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정치권 개입으로 입하면서 종합투자계획이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휘둘려 좌초할 경우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공산이 높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8일 재정경제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한국형 뉴딜정책’은 “다음 세대에 빚을 지우는 정책”이라며 이를 총력 저지하기로 했고 민주당도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으며 민주노동당은 아예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정책의 핵심수단인 국민연금과 관련이 있는 국민연금관리공단과 보건복지부도 재정경제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어 여?야는 물론 정부내 관련부처끼리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야당, 뉴딜정책 강력저지=한나라당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을 사회간접자본(SOC)투자에 활용하려는 정부의 의도에 대해 “국민 노후생활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못박고 당력을 총동원해 기금관리기본법과 민간투자법 개정을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정책위의장단을 중심으로 연기금의 SOC 투자 문제점을 분석하는 등 본격적으로 정치쟁점화할 태세여서 종합투자계획 관련법안들의 국회통과는 험로를 걸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국민연금을 쏟아붓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큰빚을 남기는 것은 물론 세금을 엄청나게 늘어나게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한나라당은 재정확대 정책을 철회하고 감세와 규제완화로 정책방향을 선회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주문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반기를 들기는 마찬가지.민노당은 “정부의 뉴딜정책안은 재정과 민간자본으로 새로운 ‘투기처’를 제공하고 국민의 복지와 직결된 연기금을 ‘투기’에 동원하는 ‘새로운 거래(new deal)’에 불과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세미나를 갖고 ‘한국형 뉴딜’정책에는 찬성하지만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비판적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민주당은 건설사업만으로는 청년실업 해소와 국가경쟁력 및 효율성을 높이기에는 부족하다며 사업다각화를 주문했다.
아울러 연기금과 사모펀드(PEF) 등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BTL(민간사업자가 시설을 건설한 뒤 정부로부터 임대료 형식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방식)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국고낭비를 막기 위해 사전에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부처간 갈등도 고조=정부 부처간 갈등도 뉴딜정책 실행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한국형 뉴딜정책의 핵심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 내에서 뉴딜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기류가 세차게 흐르고 있다.
이는 재경부가 추진하는 대책에 들러리로 나섰다가 기금만 부실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탓이다.이에 따라 복지부와 공단은 재경부가 사업규모와 사업성격을 어떻게 잡던지 간에 일단 기금투입 요청이 들어오면 개별사업들에 대해 수익성을 철저히 따져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민연금이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뉴딜정책에 참여했다가 손실을 볼 경우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공공성과 수익성,안정성 등 기금투자 3대 원칙은 언제 어느때라도 지켜져야할 핵심사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경부가 요청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들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번 정책을 수행할 ‘주인공’이 사실상 국민연금임에도 불구, 정작 이를 관리하는 복지부나 연금공단은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베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연기금이 현재 투자처가 없어 국고채 시장 등에서만 운용되고 있다”면서“정부가 최소한 현재의 수익률 이상을 보장해 주는 만큼 기금이 부실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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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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