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기자수첩]우뚝선 ‘디지털 코리아’/홍순재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6일부터 4일간 열린 ‘2005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한국이 ‘디지털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축제의 장이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대 규모의 부스에 최신예 첨단 디지털 제품을 가장 많이 출품해 전시회 기간에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다. 상복(賞福)도 터졌다. LG전자는 출품 업체 중 최대인 16개, 삼성전자는 11개의 혁신상을 각각 수상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 업체들은 일본 소니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유명 업체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의 몸부림을 쳐야 했던 변방의 군소업체였다. 이를 감안할 때 국내 업체들의 급부상은 기적이라해도 가식이 없을 만큼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디지털 코리아’,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그 해답을 한국인의 ‘빨리 빨리’ 문화에서 찾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조급한 행동성향이 하루가 다르게 진보해가는 디지털 가전업계의 속성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국민성이 0,1의 조합으로 이뤄진 디지털의 단순성과 일치한다는 분석도 있다.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텃밭이 그렇다는 것이고 그 위에 씨를 뿌리고 길러낸 주체는 삼성·LG의 엔지니어들과 마케팅 관계자들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숨이 차다. 마치 해변가 백사장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라고 인간적 고뇌를 털어놓았다. 강골인 그가 얼마나 심한 강박감과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평소 “10년 후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기업인들은 늘 사업에 대한 구상으로 하루도 편히 쉴 날이 없다. 이들의 피와 땀이 없었다면 오늘의 ‘디지털 코리아’가 가능했을까. 이제 한국경제의 미래는 전자산업에 달렸다.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일궈 나가는 디지털 전사들에게 정부의 적극적인 배려와 국민적 성원이 필요한 때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