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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다시 보는 자오쯔양 전 총서기/김대광 베이징특파원


자오쯔양 중국 공산당 전 총서기의 죽음은 세계의 이목을 다시 한번 중국에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89년 톈안먼 사태로 실각한 이래 16년간 베이징 시내 푸창후퉁에 연금돼 있던 자오 전 총서기가 지병인 심혈관과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한 것이다. 이는 톈안먼 사태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더불어 중국이 다시 한번 정치적 혼란 상태에 빠질 수 있는 폭발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중국 허난성 부농의 아들로 태어난 자오 전 총서기는 1932년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에 가입한 이래 항일 투쟁과 국공 내전기간을 통해 정치적 성장을 거듭했다. 67년 문혁기간의 실각을 거쳐 71년 내몽골 자치구 당 위원회 서기로 재기한 이래 76년 쓰촨성 당서기 시절 시행한 경제개혁제도로 덩샤오핑의 인정을 받아 77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했다. 이후 자오는 정치국원, 정치국 상무위원, 부총리, 총리를 거쳤고 89년 후야오방의 뒤를 이어 당 총서기에 올랐으나 톈안먼 사태로 89년 6월24일 실각했다.

지난달 29일 베이징 근교에 있는 바바오산 혁명열사 공묘에서 열린 자오 전 총서기의 장례식에는 중국의 권력서열 4위인 자칭린 전국 정치협상회의 주석과 허궈창 정치국 위원, 왕강 당 중앙 판공청 주임, 화젠민 국무원 판공청 비서장 등이 당과 정부를 대표해서 참석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신화가 전하는 그에 대한 평가는 ‘개혁개방 기간 자오쯔양 동지는 지방에서 중국 공산당 현위원회, 지역위원회, 성위원회에서 주요 영도 직위를 담당하였고 당과 인민의 사업에 유익한 공헌을 하였으나 89년 봄과 여름의 정치적 풍파에서 심각한 잘못을 범하였다’고 보도하고 있다.

자오 전 총서기가 중국 정치에서 가지는 함의는 다음의 몇 가지로 간추려 볼 수 있다. 첫째, 현 중국 지도자 가운데 톈안먼 사태의 유혈진압에 대하여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 최고 지도자인 후진타오는 당시 티베트성 제1서기로 티베트 지역의 민족분규를 유혈 진압하고 이어 일어난 민주화 운동에도 강경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당시 리펑 총리는 보수파의 대표로 자오 전 총서기와 권력다툼을 벌였고 지금 2선으로 물러난 장쩌민 전 주석 역시 당시 상하이 당서기로 이 지역의 민주화 운동을 강경 진압함으로써 중앙무대에 발탁된 사람이다. 당시 상하이 시장은 주룽지 전 총리였다.

둘째, 현재 추진 중인 경제·정치개혁의 시발은 자오 전 총서기의 구상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점이다. 75년 쓰촨성 서기로 근무한 5년 동안 자오는 공장과 농촌에 소위 포산도호(包産到戶)제라는 일종의 인센티브제를 도입, 공업과 농업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런 성과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제도’를 전국으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

셋째, 자오 전 총서기는 89년 4월 공산당 제13차 전국대회에서 행한 정치공작 보고를 통하여 ‘경제체제 개혁은 정치체제 개혁과 결합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공언하고 당정의 분리와 당 조직의 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개혁을 실천하고자 하였다. 이는 당시 고르바초프가 추진하던 옛 소련의 정치적 민주화를 추구하던 것으로 정치적 개혁을 통한 경제개혁과 경제발전을 모색한 것이다.

자오 전 총서기의 정치·경제에 걸친 개혁 의지와 톈안먼 사태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는 중국인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으며 이것이 아래로부터의 정치적 민주화를 요구하는 민중의 의지와 결합할 때 큰 정치적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최근 빈발하는 공산당 일당 독재에 따른 부정부패와 경제개발에 따른 소외계층의 반발과 집단행동은 중국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정치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현 지도층으로서는 자오의 사망을 계기로 과거 저우언라이 전 총리와 후야오방 전 총리에 대한 공개적 추도회가 가져온 정치적 불안정을 교훈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자오 전 총서기의 유해는 가족들에 의해 다시 생전의 집에 안치되었다고 한다. 죽은 자에 대한 산 자들의 평가는 처한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오 전 총서기에 대한 정당한 재평가는 중국의 정치개혁이 완성될 때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chinad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