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상위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약개발보다 외국약 수입을 통한 매출 올리기에 급급, ‘수입도매상’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ETC)이 효자품목으로 부각되면서 제약기업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출액 기준 업계 순위 5위(2004년 매출액 2815억원)인 대웅제약(대표 윤재승)은 지난해 11월 미국 레스카덴사와 상처치료제 ‘카트릭스’에 대한 국내 독점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같은달 스위스 티롯사에서 만든 궤양성대장염 및 크론병(IBD) 치료제 ‘아사콜’을 수입했다.
대웅은 또한 올해 1월에는 영국 바이올리텍사와 구강 및 두경부암치료제 ‘포스칸’에 대한 국내 도입계약을, 2월에는 일본 산쿄사와 고혈압치료제 ‘올메텍 플러스’에 대한 국내 도입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대웅제약은 건강식품 등 비 제약분야의 제품 수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매출액 기준 순위 6위(2004년 매출액 2210억원)인 제일약품(대표 한승수)은 거의 완벽한 수입도매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일약품의 최대 수입처는 다국적제약기업인 화이자로 이 회사에서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2004년 매출액 436억원), 신경병성통증 치료제 ‘뉴론틴’(2004년 매출액 419억원)을 수입·판매하고 있으며, 올해 4월에는 말초신경 통증치료제 ‘리리카’에 대한 판매계약을 체결,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제일은 또 항암제 ‘티에스원’와 위궤양치료제 ‘가스트렉스’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등 전문의약품의 대부분이 외국약 일색이다. 간판은 제약사지만 수입 의약품으로 기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2004년 매출액 3400억원을 달성한 유한양행(대표 차중근)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순위 2위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정도다.
위산분비 억제제 ‘타가메트’, 비마약성 진통제 ‘트리톨’, 항진균제 ‘암비솜’, 만성동맥폐색증치료제 ‘안플라그’, 크론병치료제 ‘레미케이드’, 시린이 전문치약 ‘센소다인’ 등 헤아리기가 벅차다.
유한양행은 이밖에도 생활용품과 기능성화장품, 심지어 살충제와 동물약품까지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제약사인지 의약품 도매상인지 헷갈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 대한 평가가 단지 제약사라는 이유로 과대포장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외국약 도입이 당장의 실적 향상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기업의 초석인 R&D 소홀로 이어져 수입선이 무너지면 결국 모래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외국약 도입 경쟁은 분업 환경을 이겨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경영진들의 탓이 크다”며 “이는 개별기업의 손실은 물론,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도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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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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