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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육사이전 논란…국방부 “현재로선 어렵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안이 정치권의 즉흥 이벤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최대 규모의 공공기관인 한전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여당 내부에서 적잖은 혼선을 빚고 있는데 이어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대학 등의 이전설이 전격 제기되고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충분한 타당성 없는 ‘묻지마 식 공공기관 이전 계획 남발’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당 기관과의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정치권의 이해득실 계산이 개입돼 근본 취지를 무색케 만들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서울 서북부 및 강북지역 요충지에 각각 자리잡고 있는 국방대학교와 육군사관학교 이전 문제가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됐으나 주무부인 국방부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25일 “정부와 우리당 일각에서 육사 지방 이전을 수도권 발전 대책의 하나로 논의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며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육사 이전에 대한 입장과 추진계획을 마련토록 국방부에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 교육기관의 이전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 서울 육군사관학교 이전설을 묻는 위원 질문에 대해 “현재 육사 이전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육사는 서울에 그대로 있는 게 맞다고 본다”며 반대했다.

다만 국방부는 도시균형발전 차원에서 도심에 있는 군 시설을 외곽으로 통폐합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군의 입장과 논리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파문 조짐이 일자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 부의장은 “최근 당정의 공공기관 이전 논의 과정에서 한 의원이 서울시에 있는 육군사관학교 이전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해명하고 “그러나 당정이 공식으로 이 문제를 안건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우리당 정책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종합대학 성격으로 출범한 국방대학교가 이전하면 강북과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서북부 개발을 추동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이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계기로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전력 지방 이전 방안의 경우도 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등이 동상이몽의 아이디어를 내놓는가 하면 정치부담에 따른 지연 전술로 일관하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해 마련된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안에 대한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인 한나라당은 공공기관 이전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정부와 여당이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원칙과 준비도 없이 선거에 이용해놓고는 이제 곤란하니까 국회에 먼저 보고하겠다며 야당을 끌어들이려 한다”고 비판하고 “행정복합도시 건설이라는 큰 틀에 합의했으면 정부 여당은 자신들의 의무인 공공기관 이전 안을 공개해야 하며 정부 여당이 머뭇거리는 것은 추진할 의지와 자신감을 상실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 sm92@fnnews.com 서지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