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21세기는 바다의 세기]동해 1∼2도 수온 상승 명태·정어리등 안잡혀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동해안에는 희귀종인 무게 300㎏ 이상의 초대형가오리와 보라문어과에 속하는 문어가 다량으로 속속 잡히고 있다. 초대형가오리는 그동안 국내에서 잡힌 적이 없는 미기록 어종이었다.

정부가 원인을 분석한 결과 동해안의 수온이 예년에 비해 섭씨 1∼2℃ 정도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동해안 수온의 상승 추세에 따라 대형가오리나 보라문어류 등 아열대나 온대 해역에 주로 서식하고 있는 어종들의 분포한계가 확장된 것으로 분석된다. 너비 2m가 넘는 대형 해파리가 크게 늘어 어민들에게 골치거리가 되는 것도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온상승으로 겨울철에도 서식 가능한 종의 증가로 서식 해역이 넓어진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오징어 멸치,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과 명태,꽁치,정어리 등 한류성 어종의 최근 어획량을 비교하면 바다의 변화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난류성 오징어와 한류성 명태의 어획량은 갈수록 아찔할 정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주요 난류성 어종은 겨울철(1∼3월) 분포해역이 1970년대 중반에 비해 이전보다 어장이 더 북상해서 형성되고 있다. 반면 명태,꽁치 정어리는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근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명태는 어획량이 많았던 1980년대에는 동해 전 연안해역에서 어장이 형성됐으나 1990년대 이후 어획량의 감소와 함께 어장도 강원 북부 연안해역으로 축소됐다.이런 속도로 바다가 뜨거워진다면 수년 안에 한반도에서는 명태구경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연근해 어종의 변화는 왜 일어난 것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회유성 어종들이라는 점이다. 어류들은 주변의 온도에 영향을 받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서식하기 적합한 수온대를 따라 이동한다. 당연히 바다 수온의 변화는 분포 어류의 변화를 가져온다.특히 과거 1980∼1990년대에는 저층에 서식하는 저어류(底魚類)의 어획비율이 높았으나, 2000년대부터는 표층부근에 서식하는 부어류(浮魚類)의 어획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회유성 어종인 부어류의 어획비율이 높아지며 우리나라 연근해 생산량은 수온이나 염분등 해양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연근해 수온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지난 36년동안(1968∼2003)표면수온 변화를 살펴보면, 동·서해안이 섭씨 0.8도 이상 상승했고, 표본조사결과 남해안 전역이 섭씨 1도 정도 상승 된 것으로 조사�^집계됐다.이러한 장기 수온 변동은 1980년대 후반부터 뚜렷한 고수온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로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 온실효과 기체의 농도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 문제는 최근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상 이변 등 이상 현상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획변동 현상의 원인 규명에 대해서는 태평양상에 발생되고 있는 엘니뇨현상과의 관계 여부 등 아직 연구보완할 점이 있으나, 지구온난화에 의한 수온상승, 해류변동, 먹이생물 변동, 북태평양 해역의 기후변동과 더불어 일어나는 해양환경의 체제전환(Regime Shift) 현상으로 설명되고 있다.

전지구적인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 현상이 지속되고 연근해의 수온이 상승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주변수역에서는 한류성 어종의 소멸이 우려되는 반면에 난류성 어종은 점점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으로는 온대성 해양생태계가 지금보다 훨씬 고수온의 아열대성 해양생태계로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