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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책,일관성으로 신뢰를/김영래기자



고질적인 질병을 앓아온 환자가 한달전 새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먹고 부쩍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해 그 환자는 또다시 고열로 시달렸다. 오히려 상태가 전보다 더 심각해졌다.

약을 먹이자마자 약발이 먹히는가 싶어 무척이나 고무됐던 새 의사는 한달도 못가 환자 상태가 더 심각해지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새 의사는 여전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라고 주장하지만 왠지 자신이 없는 눈치다.

주변에서는 이번에도 ‘의사를 갈아치워야한다’, ‘대수술을 해야한다’, ‘다른 약을 먹어야한다’ 등등 여러 처방들이 나온다.

병원에서는 또다시 병원장까지 모여 환자 상태를 처음부터 다시 봐야한다며 언성을 높이고 궁리한다. 머 대단한 내용같지만 환자입장에서는 매번 들었던 얘기다.

그러는 동안에 환자는 의사를 믿을 수가 없다. 치료를 받아봐야 한달도 못간다며 병원장도 의사도 믿지 않는다.

환자로선 이번 고열이 더욱 불안하고 심각하게 느껴진다. 툭하면 말을 바꾸는 자신감 없는 의사를 도무지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정부가 보유세를 강화하고 1가구 2주택자에게도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물리겠다는 이른바 ‘5·4 조치’를 발동한 이후 한 달도 안돼 부동산 대책 전면 재검토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강남에 5·4조치 약발이 잠시 먹히는 것 같아 고무됐던 정부는 판교·분당 강남을 중심으로 천정부지로 집값이 치솟는 데 대해 무척이나 당황한 듯하다.

역시나 정부·여당·야당·시민단체·한국은행 등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해법들을 쏟아낸다.


정부는 5·4대책, 세무조사 강화 등을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함과 동시에 투기를 잡겠다고 자신했었다. 여당과 정부가 또다시 흔들리며 원점 재검토 운운하는 일이야말로 그간의 정책들이 ‘졸속’이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이 약 먹이다가, 저 약 먹이더니 이제와서 수술하라고 한다면 그건 환자를 죽이는 짓이다.

/ libero@fnnews.com 김영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