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한국내 법인 설립을 사실상 불허했다. 이에 따라 HSBC는 국내 100여개 지점망 확충 등을 골자로 한 ‘한국시장 영업계획’을 전면 수정해 우회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HSBC가 국내에 법인을 세우겠다고 의견을 물어 왔으나 당국으로서는 (허가해 주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씨티와 스탠다드차터드 등 대형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HSBC까지 가세할 경우 토종은행들이 고사할 수도 있다”고 불허 방침의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현지 법인 설립은 하나의 새로운 은행을 세우는 것인 만큼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그러나 HSBC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HSBC는 당국과의 사전 의견조율에 실패함에 따라 법인 설립이 어렵다고 보고 대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HSBC는 당초 지난 6월께 법인 설립작업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었으나 이날까지 금감위에 인가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국내 상륙을 저지하고 나선 데 대해 HSBC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HSBC는 그러나 한국을 주요 거점시장으로 선정한 만큼 대안 마련을 통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HSBC 한국지점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HSBC는 법인 설립 이후 앞으로 4∼5년 내 약 100여개의 점포를 신설할 계획이었으나 상권이 뛰어난 주요 도시에 30개 정도만 세우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며 “이들 30개의 핵심 점포망을 통해 프라이빗뱅킹(PB)와 모기지론 등 주특기 부문 영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앞서 HSBC는 대구?인천?대전 등 3개 광역시에 점포를 각각 1곳씩 신설하기로 하고 지난 21일 금감원에 설립 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HSBC 한국지점은 지난달 초 홍보팀을 신설, 신임 홍보팀장(본부장급)에 다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엘 출신의 황지나씨를 영입한 데 이어 앞으로 3∼4명의 홍보인력을 추가로 선발하는 등 대외 홍보와 이미지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편,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HSBC가 자체 점포망 확대에 매달리는 것은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사실상 한발짝 물너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소매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는 HSBC로서는 오히려 LG카드 인수에 올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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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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