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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동물 복제와 핵기술/임정효 산업2부장



‘무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다.’

인간으로서 이런 바람이 없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고난과 고통이 인생에 깊이를 주고 아름답게 한다고들 하지만 사실 질병을 앓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건강은 어떤 것보다 앞서는 최고의 소망일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개 복제 뉴스로 온 세계가 온통 떠들썩하다. 복제 기술은 곧 줄기세포 기술로 연결되기에 이번 성과가 줄기세포 연구를 한층 진전시키고 불치병 정복도 보다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국내 매스컴들도 ‘세계적 자랑거리 보도에 뒤질 수 없다’는 듯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물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느라 야단이다. 하기야 생명과학이 발달해 있는 선진국조차 해내지 못한 일을 우리 과학자가, 그것도 국내에서 해 냈으니 으쓱해질 법도 하다.

미국의 CNN은 황교수의 개 복제 사실을 보도하면서 ‘인간의 친구 복제하다’란 타이틀을 달았다. 재미있는 표현이지만 마치 ‘인간 복제도 머지 않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사실 이번 개 복제 성공은 ‘복제 기술에 불가능은 없다’는 걸 보여준 것으로 생각된다. 개 복제는 갖가지 동물들을 복제해 온 선진국들이 포기했을 정도로 어려운 기술로 알려져 있었지만 황교수팀이 그 벽을 깨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인간과 98% 이상 닮았다는 영장류 ‘원숭이’ 복제다. 그리고 그 다음 수순은….

황교수는 현재의 기술로는 영장류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닌 모양이다. 황교수와 함께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마리아병원 박세필 박사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숭이의 난자만 충분히 확보되면 복제 배아를 만들기가 다른 동물보다 쉽다”며 “원숭이 복제가 조만간 실현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영장류 복제는 불가능하다기보다 인간 복제 우려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소극적이라는 게 더 적합한 해석일 듯 싶다.

이미 황교수는 사람의 체세포 복제로 사람 줄기세포주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이 말은 체세포 핵과 결합한 난자가 정상적인 수정란과 똑같은 핵분열을 거치며 자랐다는 뜻이다. 이 체세포 핵 수정란을 여성의 자궁으로 옮겨 착상시키면 복제 인간이 태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앞으로도 생명체 복제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현재의 난제들은 하나씩 극복될 것이다. 지금 복잡한 기술들도 나중엔 간단한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황교수를 비롯해 현재 복제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사람을 복제할 것이란 말은 절대 아니다. 필자는 이들이 사람의 ‘난치병 치료기술 개발’이란 선한 목적에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치 않는다. 또 인간을 절망으로 몰아갔던 수많은 질병이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연구 끝에 정복됐다는 사실에 머리숙여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복제 기술 개발 뉴스가 터져 나올 때마다 핵개발 과정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소심함일까. 처음 핵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들이 그들이 개발한 핵 기술이 가공할 무기 제조에 사용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인간은 필요할 경우 어떤 일도 저지를 수 있는 존재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고 역사가 그 사실을 증명해준다. 독일은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렀고 일본은 중국 난징에서만 30여만명을 온갖 잔인한 방법을 총동원해 살해했다. 이들은 또 살아있는 사람들의 몸을 자기네들이 하고 싶은 대로 마구 난도질하는 생체 실험까지 감행했다. 2차대전 당시 정의를 부르짖었던 미국조차 수십만명이 죽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후유증이 따를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핵폭탄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 과학자들이 이용된 것은 물론이다. 과학자들이 아무리 ‘안전’과 ‘선한 목적’을 장담하더라도 일단 기술이 개발되고 나면 그 기술이 어떻게 사용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처음엔 소수의 과학자들만 그 기술을 보유하겠지만 머지않아 확산되는 법이다. 그리고 절대 해선 안되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도 소위 ‘힘있는’ 사람들이 필요로 할 경우 얼마든지 이용될 수 있는게 현실 아니던가.

우리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보다 겸손해져야 한다.
특히 생명체 복제 기술은 우리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사실로 흥분하기에 앞서 그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부터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명과학 기술에 가장 앞서있는 미국이 한사코 이 기술 개발을 억제하고 있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일부 사람들이 복제 기술을 이용해 어처구니 없는 짓들을 저지르는 그런 날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