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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하이닉스는 어디로…/홍순재기자



하이닉스반도체 새 주인 찾아주기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이닉스 주식 공동관리협의회는 국내외 매각이 허용된 주식 22.8%를 오는 10월까지 처분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시가 약 3조원에 달하는 이 거대 지분을 과연 누구에게 제값을 받고 팔 것인지 은행마다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 한때 나라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던 '문제아'가 수년 만에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을 하면서 '복덩이'로 다가온 것이다.

고민의 차원은 달라졌지만 하이닉스 주식 매각은 여전히 난해하고 첨예한 이슈다. 단순히 은행들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산업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중대사안이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하이닉스 대주주인 외환은행과 산업은행이 견해를 달리 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되도록 비싼 값에 팔자'는 쪽이며 산업은행은 국내 산업 보호라는 절대명제 아래 '국내 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소위 '시장론자'이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정책론자'로 대별된다.

두 은행은 하이닉스 워크아웃 졸업의 선결조건이었던 리파이낸싱(채무재조정)에서 처음으로 충돌했다. 외환은행은 채권을 해외에서 보다 많이 발행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산업은행은 그 반대였다.

채권 소유 비율이 경영권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리파이낸싱은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외환-산업은행간 리파이낸싱 격돌이 '1라운드'였다면 경영권 주식 51%를 제외한 22.8% 주식 처분 과정은 '2라운드'라 할 수 있다.

2라운드의 최대 쟁점은 국내와 해외의 매각비율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것이다. 두 은행은 이 비율 배분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미 매각 주간사 선정경쟁에 돌입했다. 산업은행과 외환은행의 행보에 대해 누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외환은 시장논리대로 이익 극대화에 전력하고 있는 것이고 산업은행은 국책은행 본연의 임무인 산업 보호에 충실할 뿐이다.
다만 서로 반대편에 서있다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다. 최근 두 은행은 숱한 협상 테이블을 통해 친근감과 '동지애'를 느껴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두 은행의 패어플레이를 기대해 본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