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대외원조 경쟁은 글로벌 경쟁이 불러온 경제전쟁의 단면이다. 표면상으로는 후진국에 저금리의 경제개발 자금을 지원해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자국기업의 진출과 영향력 확대라는 포석을 깔고 있다.
기존에 대외원조 시장을 주도하는 선진국과 최근들어 경제력이 커진 중국의 급부상으로 우리나라는 이 시장에서 점차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대외원조 창구인 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정책지원과 대외원조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 대외원조시장에서도 큰손 부상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의 대외원조 금액은 2003년 52억2000만위안에서 지난해에는 60억7000만위안으로 확대되는 등 지난 98∼2004년 집중적으로 332억위안(약 40억2000만달러)을 쏟아부었다.
이를 위해 중국수출입은행은 최근 수출금융 외에 자국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대외특혜차관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이 부서는 중국 수출입은행이 직접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 기업들에 나눠주는 ‘특혜차관’이다. 채권금리와 대외특혜차관의 금리차는 정부가 보전해 준다.
중국은 천재지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국가들에도 원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 파키스탄 강진 발생 하루만인 10월9일 620만달러의 현금 및 물품을 긴급 지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쓰나미 해일’때에도 서방국가들보다 발빠르게 지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이는 제3세계와의 협력강화와 위안화 절상 압력 등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제스처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무엇보다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국제 원자재와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장기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동?아프리카?동구유럽 등 자원부국에 대한 사전진출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대외금융원조 대폭 늘려야
통상 및 금융 전문가들은 최근의 대외원조 경쟁을 ‘경제전쟁 전초전’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대외원조가 지원국의 기업진출과 시장확대에 큰 효과를 가져온다는 해석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산업뿐만 아니라 대외원조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우리정부가 서둘러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규모를 확대하고 전문가 육성을 통해 효율적인 시장공략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외원조를 통해 미개척 시장을 선점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 등 우리나라 굴착기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43.6%에 달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지난 2000년부터 중국 건설장비 시장에 대한 원조를 꾸준히 시행해 온 결과다.
지난해 예멘정부가 발주한 기간통신망 사업의 원조자금을 한국이 따 낸 이후 한국업체들은 현지진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원조자금 지원 계약시 우리나라 기업이 관련사업에 참여한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무선 기지국 건설에 들어가는 기자재와 네트워크 등의 공급을 통해 약 수천억원의 수출효과를 누리게 됐다.
석유개발권을 둘러싼 아프리카에서 강대국들의 원조경쟁은 ‘총성없는 전쟁’에 가깝다. 지난 4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된 수단 원조공여국회의에서는 당초 원조 목표액인 26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45억달러의 지원약정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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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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