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에만 ‘먹튀’가 있는 게 아니다. 은행 상품에도 고금리의 미끼만 챙겨 달아나는 ‘체리피커’들이 출몰해 은행들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특판 상품에 가입했다가 고금리 적용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다른 은행의 금융상품으로 말을 갈아타는 기민한 행동을 보여주는 이들이 체리피커들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9월20일부터 30일까지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 MMDA에 가입하면 금리를 종전보다 1.1%포인트 높은 3.3%, 1억원 이상은 종전보다 0.8%포인트 높은 3.5%를 지급하는 특판 행사를 가졌다. 끌어 모은 단기자금은 3조8000억원.
은행측은 애초 투신사가 판매하는 머니마켓펀드(MMF)가 익일환매제로 전환되는 것과 관련, 저원가성 예금을 유치하는 전략으로 고금리 적용 마지막날인 10월15일이 지나면 일부예금이 빠지겠지만 신규 유입액의 일정부분은 남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이후 특판 MMDA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8월말 기준 15조1000억원이던 요구불예금 잔고는 특판예금이 마감된 9월말 19조3000억원까지 불어났지만 10월 말엔 다시 14조7000억원까지 떨어졌다.
특판으로 유치한 3조8000억원에 8000억원이 더 빠져나간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은 10월 초에도 다른 은행들의 특판이 지속됐기 때문”이라며 “하나은행의 MMDA 특판에서 고리 이자를 챙긴 고객들이 또 다시 다른 은행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체리피커로 골몰하는 곳은 은행외에 카드사들도 마찬가지. 카드사들은 카드는 쓰지 않으면서 영화할인 등 혜택만을 알뜰하게 챙기는 바람에 일정 금액을 사용하는 소비자에 한해서만 월간 한도수를 정하고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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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j@fnnews.com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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