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결국 ‘마이웨이’를 가는 것일까.” 대연정 제안 불발 이후 정기국회 민생·경제 현안 올인, 10?26 재·보선 참패에 따른 여권 갈등, 통합론 등을 보면서 말을 아껴온 노대통령의 행보가 최근 중대한 갈림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의 통합론과 김대중(DJ) 정부 당시 국정원 불법도청사건 등은 노대통령에게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DJ정부를 딛고 일어서나=DJ정부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 신건씨에 대해 검찰이 불법도청 지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노대통령의 본심과는 무관하게 DJ정부와의 결별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DJ측은 지난 14일 “더이상 김 전 대통령에게 수모와 고통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최후 경고성 메시지’까지 날렸다.
DJ측은 불법도청 수사가 시작된 후 몇차례 사전 경고를 보냈다. 지난 8월 국가정보원이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불법 감청이 이뤄졌다’고 발표했을 때도 DJ측은 대북송금 특검을 상기시키면서 “또 다시 치욕을 주려 하는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여 왔기 때문에 이번 두 전직 국정원장의 신병처리는 양측간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날 현안점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두 전직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꼭 필요했었는지에 대해 이견이 제시됐다”는 것 등을 소개했다. 엄정한 수사는 필요하지만 형평성의 문제가 결여됐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양측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지역주의 회귀는 절대불가=노대통령은 지난 14일 열린우리당 임시지도부와의 만찬 간담회에서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는게 가장 중요하다. 그게 시대정신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 창당 당시 내걸었던 지역주의를 극복한 전국정당화를 다시한번 지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측 인사들은 만찬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과의 통합논의를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노대통령은 한발 앞서 쐐기를 박았다.
결국 자신의 정치철학 근간인 지역주의 청산작업에 동참하지 않으면 같이 갈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노대통령이 정가 화두로 만들었던 ‘연정론’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방안이었고 양극화 해소와 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해 남은 임기를 쏟아붓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의지는 더욱 선명해진다.
그러나 친노 직계라는 염동연 의원이 10·26 재선거 직후 “민주당과의 통합 밖에는 길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촉발된 통합논의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DJ가 지난 8일 자신을 찾은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일행에게 “전통적 지지세력에서 위기해결의 답을 찾아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통합을 권고한 만큼 노대통령의 ‘초심론’이 어떻게 수용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이 ‘지역구도 극복론’으로 여당내 논란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분당까지 감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훨씬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대통령은 정치적 지역주의 극복과 경제적 양극화 해소라는 양대 목표를 국정 하반기의 중심에 두고 있다”면서 “과거로의 회귀 움직임을 극복하려는 구상을 내년초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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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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