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술을 잘 마시는 사람들은 ‘애주가’를 자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코올 의존증’에 걸리기 쉽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 이 증세는 공원 벤취에 쓰러져있는 부랑자나 술기운이 떨어지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움켜잡고 한 숨에 마시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이들은 일주일에 2∼3번, 소주 한 두병 정도는 일반적으로 마시는 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알코올중독 진단에서 술마시는 양과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문제는 술로 인해 신체와 정신건강, 사회적, 직업적 기능, 그리고 가족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기준”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과음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애주가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술자리를 마련하고, 술로써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을 말한다. 반면 알코올의존자는 술자리를 위해 사람을 소집하는 초기증상부터 병적인 음주의 양상을 나타내거나 술로 인해 직장과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내성이 생겨서 술을 줄이거나 끊을 경우 금단증상까지 나타나게 된다.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인 다사랑병원 이무형 원장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방법은 술 마신 뒤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술을 마신 뒤 바로 얼굴이 붉어진다면 알코올의존증 가능성은 낮아진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의 경우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거나 부족해 스스로 알코올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코가 빨개지는 것은 잦은 음주로 모세혈관이 확장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는 알코올의존증이 진행된 경우다. 또 유전적으로 술에 잘 취하지 않는 사람이 장기간 술을 계속해서 마시게 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코올의존증이 되기 쉽다.
알코올의존증 초기에서 중기에 접어드는 순간에는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전날 밤 기억 중 일부만 떠오르는 일시적 건망증이 6개월에 2회 이상 나타난다면 이미 알코올의존증이 진행된 것이다. 심해지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필름이 끊기는 ‘베르니케 증후군’에 걸릴 수도 있다.
또 알코올 의존에 해당될 정도는 아니지만, 반복적인 음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술을 마시는 경우는 ‘알코올 남용’이다.
따라서 1년 동안 다음 4가지 항목 중 한 가지만 해당되어도 알코올남용으로 진단된다.
▲반복적인 음주로 인해 직장, 학교, 가정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거나(결근, 근무의 태만)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음주운전, 취중 기계작동) ▲음주와 관련된 법적인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교통사고) ▲술로 인해 사회적 또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음주(가족이나 친구와 언쟁, 취중 폭력)등이다.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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