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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고개숙이고 싶지 않다-태반 주사]세포 재생능력 풍부 10년전 나를 찾는다



#사례1

부천 중동에 사는 이재숙씨(52·여)는 요즘 피곤한 줄 모르고 산다. 매일 아침 찌푸둥한 몸도 가뿐해졌고 삶의 활기도 넘친다. 한달 전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태반주사를 맞고 나서부터다. 현재 9번째 주사를 맞은 이씨는 “처음에는 태반주사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했는데 이제는 지인들에게 태반주사를 권하고 있다”며 “주사를 맞고 나서 10년은 젊어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사례2

평소 술접대가 잦은 40대 영업사원 김모씨는 태반주사를 맞을까 고민중이다. 주변 동료들이 태반주사를 맞고 난 후 술이 취하지 않는다고 자랑삼아 얘기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사를 맞아도 몸에 이상이 없는지 궁금하다. 김모씨는 연말이라 술자리가 더 잦아지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병원으로 향했다.

#사례3

최근 극심한 피로감를 호소했던 직장인 이모씨는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몸에 별다른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자 의사는 태반주사를 맞으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몸에 이상이 없다는데 평소 들어보지 못한 태반주사를 10여회씩 맞아야 되는지 궁금했다.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 태반주사 요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태반주사가 간 기능 개선은 물론 갱년기 장애를 줄여주고 노화를 늦추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퍼지면서 ‘태반주사 신드롬’이 일고 있다.

특히 노화가 진행되기 시작하는 50대를 중심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이라며 태반주사를 선호한다. 이 때문에 태반주사는 피부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내과, 가정의학과, 통증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대부분의 전문의에서 처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의원에서도 태반주사 신드롬에 가세하고 있다. 수입 초기 한 대에 10∼15만원까지 받았던 태반주사 가격이 2∼3만원 가량으로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보통 태반주사는 배에 주사하게된다.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주일에 2번씩 4주 이상 맞아야 한다. 이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유지하는 차원에서 한 달에 한 번 가량 맞으면 된다.

한의원에서는 질환에 따라 혈자리에 태반주사를 놓기 때문에 효과가 더 좋다고 말한다. 양방병원에서는 배 근육에 주사하지만 한의원은 간기능이 허약한 사람에 사용하는 경우 간과 관련된 혈자리인 간수혈에 주사한다는 것이다. 또 태반추출물을 탕약에 넣어 처방하기도 한다.

■태반주사는 만병통치약(?)

문제는 태반주사가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병·의원에서는 태반주사가 간기능 수치 개선, 갱년기 증상 완화, 피부 미백·보습효과, 아토피나 알레르기 완화, 전신피로감 개선, 월경전 증후군·불면·만성통증 완화 등의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또 남성의 경우 알코올 해독과 성기능 개선에 사용되기도 한다.

한의원에서도 천식, 기관지염, 결핵, 당뇨, 불면증, 불감증, 산모 유즙 분비촉진, 요실금에도 치료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약이나 주사가 한 두가지 병에 효능을 나타내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태반이라는 물질이 어떤 것이기에 이처럼 뛰어난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일까.

태반(플라센타)은 여성이 임신을 했을 때 태아가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는 곳이다. 이는 세포의 증식, 재생을 조절하는 물질인 ‘세포증식인자’를 합성 분비하는 장기이기도 하다. 불과 10개월 가량의 임신기간에 단 1개의 세포로부터 40조∼60조개의 세포를 가진 아기가 자라게 되는 것은 바로 태반이 만들어내는 세포증식인자의 덕분이다. 태반에는 3대 영양소인 단백질, 지질, 당질은 물론 각종 비타민, 미네랄, 효소, 핵산 등의 생리활성성분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율한의원 정주화 원장은 “태반은 새로운 세포 재생능력이 뛰어나다”며 “천연물질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재료가 없다”고 말했다.

태반주사는 바로 태반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었다. 태반주사는 태반에서 혈액과 호르몬을 제거한 뒤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 것으로 60년대에 일본에서 개발된 주사요법이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것은 일본제품과 국내제품으로 나뉜다. 국내서는 2000년부터 수입해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수십개의 제약회사에서 태반주사를 만들고 있다.

■미백·관절염 개선은 입증

현재 태반주사에 대한 연구자료가 미약하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반면 개원의들은 “태반주사가 과학적으로 증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실제 환자에게 처방한 결과, 간기능 개선과 피로회복, 항노화 등에 효과가 있다”며 “경험적 치료를 중시하는 한의학 개념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태반주사와 관련된 논문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 강남차병원 차바이오메디칼센터 이영진 교수는 ‘라이넥(녹십자)의 전신증상 개선 및 피부보습 미백효과’와 ‘퇴행성 무릎관절염에서의 무릎통증 개선효과’를 발표했다.

이교수는 시술자나 환자가 투여되는 주사제를 모르는 상태인 이중맹검 연구디자인 방법으로 20∼40대 여성 60명을 대상으로 태반주사군과 비타민C 주사군으로 나눠 시술한 결과 태반주사군은 전신피로, 무력권태감, 식욕부진 등에서 50%이상 좋아진 결과를 얻었다. 또 피부수분변화도 비타민C군보다 5.2배 증가했고 미백효과는 1.9배, 점성탄력변화는 5.7배 향상됐다.

또 태반주사제가 퇴행성 무릎 관절염의 통증완화에도 효과가 있다는 임상결과도 나왔다.

강동가톨릭병원 정형외과 장종호 박사는 2003년 10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퇴행성관절염 환자 358명을 대상으로 1주일 간격으로 모두 10차례에 걸쳐 태반주사를 처방한 결과, 말기 환자 57명을 제외한 초기와 중기 환자 301명 중 77% 이상에게서 통증이 크게 완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퇴행성관절염 초기 환자들은 80% 이상이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태반주사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 통증부위에 직접 투여한다. 무릎 덮개뼈(슬개골) 밑 관절 내에 한번에 2㏄용량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4∼6회 치료가 지나면 무릎뼈의 부기가 빠지면서 통증도 함께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없나

태반주사의 일시적인 부작용으로는 주사 후 수일간 몸이 나른한 증상, 일시적인 피로, 머리가 무거움 등이 있을 수 있다. 또 여드름이 갑자기 증가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유방이 커지는 증상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차병원 대체의학센터 이영진 교수는 “모든 약이 그렇듯이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수 있다”며 “그외에 주의할 사항으로 피로, 몸살 등 가벼운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제약사의 경우 태반 수거에 정당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식약청에서는 내년 초부터 산모의 동의가 있어야 태반을 의약품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인태반 유래 의약품 안전관리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의료업체 기관의 바이러스 미감염 증명서가 첨부된 깨끗한 태반만 사용케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국내산의 경우 감염에 대한 우려의 부분도 존재한다.

또 태반은 영양제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거세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태반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성분이 더 많기 때문에 어떤 기전으로 개선효과가 나타나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시중에 검증된 제품을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태반주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사진설명=강남차병원에서 피부미백 치료를 위해 한 환자가 태반주사를 맡고 있다. 태반주사는 배에 주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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