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노령화사회 대비 ‘종신형 역모기지론’이 상품설계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 상반기내 상품설계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시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주택금융공사는 정부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에서는 당초 큰 매력이 없는 상품을 정부가 올 지방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필연적인 일이라고 진단했다.
■상품설계, 정부에게 물어봐
재정경제부는 지난 2월 ‘종신형 역모기지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상품설계를 주택금융공사에게 맡겼다. 올 상반기에 상품설계를 마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주택금융공사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상품설계조건인 주택가격 상승률 연 4%, 기대여명은 83세, 할인율 8%(집값 하락과 장수 리스크 등을 감안해 모기지론 금리 6.5%에 1.5% 가산) 적용시 65세 노인이 시가 6억원짜리 집을 맡기면 월 지급금은 186만원, 3억원 집은 월 93만원 지급이라는 원칙 외에 별다른 상품설계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같은 조건으로 상품설계에 나섰을 때 떠안을 리스크가 크며 이 제도 시행 후 생길 수 있는 적자를 정부재정에서 메워줄 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 제도 자체가 표면적으로는 ‘주택담보 노후연금제도’성격을 띠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선거를 겨냥하고 있는 만큼 주택금융공사가 마음대로 상품설계를 할 입장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주택금융공사, 선거 희생양되나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정치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미 노령화사회에 들어선 미국의 경우 노년층의 선거참여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에 ‘역모기지론’을 전격적으로 도입하고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나선 것도 노령화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정치권의 선거전략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택금융공사는 ‘역모기지론’의 상품설계가 올 하반기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더욱이 정부에서 발표한 것 외에 공사측에서 자체적으로 ‘역모기지론’ 상품구조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불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공사측이 본격적인 이 상품개발에 아예 나설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섣불리 나서서 정치권과 이해구조가 맞지 않을 경우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2004년 설립된 후 보금자리론으로 기반을 잡는 듯 싶었지만 지난해 생애 첫 주택자금대출 상품이 출시된 후 실적이 주춤하고 있다. 공사는 올해 실적을 낙관적으로 봤을 때에도 매출규모가 3조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최근 10년과 15년 만기 ‘보금자리론’의 금리를 낮춰가면서 시중은행과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역모기지론’을 주택금융공사에 떠맡긴다면 결국 국민연금과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진정한 노후연금대책을 마련하고 싶다면 정부의 개입없이 주택금융공사 자체적으로 수익성이 있는 상품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자산확충 등의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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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man@fnnews.com 박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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