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과당경쟁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시작된 무리한 영업전이 이젠 중소기업대출 시장에 이어 신용대출 시장 등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몇몇 은행장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금융감독당국도 특판예금 점검을 비롯해 과당경쟁의 실태를 파악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확대되지 않는 한 이같은 과열은 지속될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위원은 ‘최근의 예대율 추이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올들어 은행 수신의 감소와 대출의 지속적인 증가로 예대율이 83%를 넘는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했다”고 밝혔다. <본지 4월18일자 6면 참조>
이는 은행의 자산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은 늘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예대율은 은행의 대출금 잔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비율로 은행 자산 운용의 효율성이나 안전성을 분석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예대율은 지난 2001년 71%, 2002년 77%, 2003년 80%로 차츰 증가하다 올 들어서는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늘면서 지난 2월에는 급기야 83.4%까지 치솟았다.
김연구위원은 “시중은행의 수신액이 올들어 지난 2월까지 총 7조1617억원 줄어든 반면, 은행의 대출 증가세는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더욱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수신 감소에 따른 예대율 상승은 은행의 자산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속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은행의 지속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저원가성 예금 등 핵심 예금과 장기성 예금 중심으로 수신 확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예대율의 급격한 상승이 자칫 신용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연구위원은 “최근 은행들이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해 신용위험 노출이 증가한 상황”이라며 “특히 지방자치단체, 병원, 학교 등 주요 공공기관이나 우량기업의 유치를 위해 가격과 비가격 경쟁을 무리하게 시도할 경우 승자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지난 2003년 ‘카드대란’이 발생하기 2년 전부터 예대율이 급격히 상승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최근 3년간 예대율 상승은 1%포인트 내외였지만 올 2월 중 평균 2.5% 오른 것을 감안하면 향후 신용 리스크의 증가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경영능력이 검증된 최고경영자(CEO)라 하더라도 지배구조의 연속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국내 경영환경 하에서 은행간 불필요한 과당경쟁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따라서 선진 이사회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유도하고 은행간 상호지분 보유 등의 방안을 강구해 수익성 중심의 경영기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도 은행간 과당경쟁으로 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면서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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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man@fnnews.com 박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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