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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3高부실’ 대비 은행 비상경영



상반기 영업 확대를 꾀했던 시중은행들이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 등 긴축경영으로 전환하는 등 비상 경영체제 돌입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이자 수입 확대보다는 비이자 수수료 수입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예대마진을 확대하는 한편 불필요한 지출을 앞다퉈 축소하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유가, 환율, 금리 등 대내외적인 변수로 인한 경기 하강 전망이 잇따르자 은행들은 기업 부실이 발생할 소지가 높고 방만 경영이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확장 중심의 영업정책을 6개월만에 전면 수정하고 상품 원가분석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4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40∼136% 급증했던 주요 은행들은 하반기들어 확장정책에서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향후 경기 둔화에 따른 고정이하 여신 및 순이자 마진율이 감소하고 신바젤Ⅱ 협약에 따른 충당금 적립 부담도 손익을 더욱 감소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빅4 은행의 연간 순익 8조원 달성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이미 지난달에 이어 이달 월례조회에서도 은행간 과당 경쟁이 위험수위에 왔다”고 지적, ”자산관리와 손익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비이자 수익 증대를 위한 준비를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기업은행은 문제소지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주치의 제도’를 도입, 상시 점검하고 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종합 금융단’을 신설, 가동에 들어갔다. 또 예대 마진폭 확대를 위해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지양하며 우량 고객 중심의 방카슈랑스, 수익증권 판매, 수수료 수입 확대를 통한 비이자 수익을 14∼1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환율 하락과 금리상승으로 거래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이자 배상배율이 1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은 최근 떨어지는 이자수익 감소를 대체할 만한 비이자 수익 모델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방카슈랑스와 적립식 펀드 판매, 지급결제, 교차판매등 채널 다양화를 통한 비이자 수익을 1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외환거래, 자금결제, 채권발행 등 각종 재무거래를 은행이 대행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트랜섹션 뱅킹(Transaction Banking)’ 등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현재 대손충당금 비율이 138%를 웃돌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외부충격에 약한 고정이하 여신에 대해 체감정도를 매일 체크, 현금흐름을 분석하고 대손 충당금 적립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또 경기민감 업종인 건설업이나 유통업 등 내수업종에 대한 시장리스크와 신용리스크, 운용리스크까지 감안한 총체적인 원가 분석을 통해 이자율을 재설정하거나 확장 일변도의 특판이나 점포 확대경쟁도 재점검할 계획이다.


이어 하나은행은 “심상치 않은 하반기 거시 경기 사이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일단 자산을 늘리기보다 보유자산을 타이트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은행도 사업성이 양호한 우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 이용 고객 증대, 방카슈랑스 판매 강화, 수익증권 신규고객 유치 강화, 외환, 환전 및 역무거래 증대등 비이자 수익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원은 “최근 금융환경이 금리, 유가, 환율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손익관리에 치중해야 하고 내부 유보금 확충 및 충당금 적립을 통해 경기 하강국면에 대응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할 때”라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것이 금융 시스템의 컨센서스”라고 지적했다.

/ neths@fnnews.com 현형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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