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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시대 오는가…현재로선 ‘꿈의 車’



지난달 산업자원부는 올해부터 3년간 국비 240억원과 민간자본 240억원을 포함해 모두 480억원을 투입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모니터링 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연료전지자동차가 석유에 의존하는 내연기관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기술개발이 시작된 연료전지자동차의 상용화가 10년이 넘도록 본궤도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늘고 있다.

최근 수소연료전지 상용화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수소연료전지자동차 개발 현황과 상용화 전망을 점검해 본다.

■수소연료전지 상용화 왜 어려운가

전문가들은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상용화에 대한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는 수소에너지가 대체할 화석연료의 고갈시점이 예상했던 것만큼 가깝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비싼 돈을 들여 수소에너지의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당위성을 줄어들게 한 셈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료전지 핵심기술연구센터 총괄 책임자 김창수 박사는 “측정기술 발달로 그간 발견하지 못했던 화석연료의 매장지역을 찾아내거나 고도의 추출기술로 새로운 원자재에서 화석에너지를 뽑아내는 사례가 늘고있다”며 “이것이 상대적으로 수소에너지 필요성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수소연료전지 개발의 어려움이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스택’은 이론상으론 가솔린엔진보다 효율도 높고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꿈의 전지다. 하지만 상용화를 하기 위해선 약한 내구성과 높은 가격에 대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지난달 산자부가 발표한 수소연료전지 로드맵을 살펴보면 올해 시범적으로 보급될 80㎾급 연료전지승용차의 기준가격은 10억원이고 200㎾급 연료전지버스의 기준가격은 30억원이다. 2008년엔 부품의 국산화비율을 70%선으로 높여 각각 6억5000만원과 15억원으로 가격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초기시장 형성은 80㎾급 연료전지승용차가 5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는 2015년쯤으로 보고 있지만 이 역시 일반 가솔린 차량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목표치 달성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자동차에 쓰이는 수소연료전지의 표면 재료는 백금이다. 이는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흑연판에 최소한의 백금 입자를 골고루 분산시키는 기술이 개발됐다. 그러나 문제는 전지를 사용할수록 분산된 백금이 한 곳으로 몰려 불규칙한 배열이 생겨나면서 전지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릴 수 있다. 가격을 내리려니 내구성이 떨어지는 모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세번 째는 인프라의 문제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가 굴러가려면 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수소스테이션이 곳곳에 갖춰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 많은 돈을 투자하기엔 여전히 수소차량의 상용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에 부딪치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초기비용은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산자부는 2012년까지 수소스테이션 50기, 승용차 3200기, 버스 200기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도 갈 길은 수소연료전지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과학자와 전문가들은 수소연료전지자동차 개발에 정부가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갈시점은 분명치 않지만 가격이 점점 올라갈 것이 분명한 화석에너지에 비해 수소에너지는 기술개발이 진행될수록 가격이 내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자료에 따르면 가솔린 내연기관의 주행비용은 현재 1㎞당 140원에서 2010년이면 280원으로 2배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연료전지의 경우 현재 125원에서 40원으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엔진 효율도 가솔린 내연기관이 16%인데 비해 현재 연료전지자동차는 36%로 2배 이상 높으며 앞으로 40%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연료를 조금만 써도 더 긴 주행거리가 확보된다는 의미다.

게다가 수소연료전지자동차는 비용에 관계없이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것 자체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수소연료전지 버스를 운행하는 곳은 유럽과 미국, 일본, 호주 등이다. 이중 호주는 자체적인 수소연료전지 제조기술은 없지만 많은 돈을 들여 수소연료전지버스를 사와 운행할 만큼 수소경제에 적극적이다.
순전히 환경보호 차원에서다. 그만큼 정부와 국민이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의 환경보호 가치를 높이 인정한다는 뜻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사업단장 홍성안 박사는 “언제 어느 순간 일본이 ‘개발완료, 상용화 시작’을 선언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땐 이미 기술을 개발하려고 해도 늦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unwoo@fnnews.com 이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