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두 번씩 진실게임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범죄심리과 심리연구실의 김희송씨(37)가 그 주인공이다.
27일 국립수사과학연구소에서 만난 김씨는 7년 동안 거짓말 탐지기로 3000명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마주보고 얘기만 해도 마음 속을 다 드러내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찜찜하다.
그는 대뜸 진실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모든 인터뷰 전에 인터뷰 대상자와 2시간 이상씩 사전면담을 갖는다고 한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이 시간에 대화를 통해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고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이 시간에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게 마련이라고.
막상 거짓말을 하려고 마음먹고 온 사람들 중에도 거짓말탐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진실을 털어놓는 사람도 30%나 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는 잘못된 상식 중의 하나는 지능이 뛰어날수록 거짓말탐지기를 잘 속일 수 있다는 믿음이다.
김씨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진실을 얘기하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만 거짓말하는 사람은 지어낸 거짓말과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두 가지 사실에 정신이 분산돼 매우 특징적인 반응이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한다.
또 하나 ‘폴리그라프’라고 불리는 거짓말탐지기에 대해 미리 공부하면 거짓을 숨길 수 있거나 진실을 오해받는 일이 없을거라고 믿는 것이다. “진실자이면서도 지레 겁을 먹고 오해받을까봐 공부해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기계에 대해 자세히 알수록 검사결과가 유리하게 나오는 것은 아니므로 제발 사전공부 좀 하지 말라”는 당부다.
드물지만 심증이 확실한 범인인데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짓말탐지 결과가 채택이 안 될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땐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반대로 거짓말 탐지기 덕분에 억울한 누명을 벗는 경우도 많고 그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살인용의자부터 교통신호 위반자까지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3000명을 인터뷰하다 보니 지금도 길가다가 얼굴도 기억 못하는 사람들이 말을 걸어온다고 한다.
덕분에 억울한 누명을 풀었다고.
“기계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류의 가능성은 늘 있는 법이다. 한 명 한 명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란다.
/eunwoo@fnnews.com 이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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