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부 과학자가 면역시스템이 병든 세포를 찾아내는 원리를 규명했다. 생명과학분야의 오랜 과제를 해결함에 따라 향후 만성바이러스 치료용 백신제조와 항암 신약개발이 앞당겨질 수 있게 됐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면역제어연구단(단장 안광석 교수)의 박보연 박사(31)는 20일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병든 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메커니즘을 규명, 이에 관한 연구논문을 생명과학 분야의 권위지인 셀(Cell)에 발표했다.
박박사는 이 연구논문의 제1저자로, 박박사의 남편인 이성욱 박사(32)가 제2저자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연구팀은 ‘PDI’라고 하는 단백질효소가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나 암단백질에서 나온 작은 단백질 조각을 포획, ‘조직적합성 복합체(MHC)’라는 단백질에 실어서 세포 밖으로 보냄으로써 바이러스 감염 또는 암 세포 여부를 면역감시 세포인 ‘살상T임파구’에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살상T임파구는 세포 외부에서 ‘순찰활동’을 벌이다 세포표면으로 나온 MHC 분자단백질을 보고 해당 세포가 바이러스 감염됐는지 또는 암세포임을 알아내고 해당 세포를 죽이게 된다.
연구팀은 또 폐렴의 주요 원인이며 전 세계인의 70%가 만성적으로 감염되어 있는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가 PDI 단백질효소를 분해시켜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무력화함으로써 계속 몸속에 숨어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 바이러스 제거에 PDI 단백질효소가 절대적으로 중요함을 입증했다.
즉, PDI 단백질효소가 살상T임파구로 하여금 병든 세포만을 골라 죽이게 함으로써 면역작용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처음 밝혀진 것이다.
안광석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면역학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한 것”이라면서 “향후 만성바이러스 치료용 백신제조와 부작용이 거의 없는 항암 신약개발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ejkim@fnnews.com 김승중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