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자고 일어나면 억단위로 뛰는, 아닌 날아오르는 아파트 가격이지만 단돈 1000만원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 눈물나게 감사(?)한 지역 주민들이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민들 이야기다.
사실 월계동 공인중개사들을 통해 들어보면 월계동 아파트 가격은 지난 10년간 꼼짝도 하지 않던 집값 상승 무풍지대였다. 월계동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에 안오른 아파트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자조어린 농담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태영 청백아파트 25평형 호가가 1000만원이나 올라 1억35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10년동안 꼼짝도 하지 않던 집값이 일주일만에 무려 1000만원이나 폭등한 것이다. 33평형은 대략 2000만원 정도 오른 가격에 매매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월만해도 전통적으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80%를 넘나드는 이 지역에 집을 구할 때 세입자들에게 공인중개사들은 굳이 집을 살 필요는 없다는 진단을 내린 바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당시 집을 구하던 세입자에게 “10년전에 25평형 집을 샀던 할머니가 얼마 전 당시 가격보다 500만원 손해보고 팔았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오랜만에 집값이 움직였으니 지역주민들이 모두 환호성을 지를만 한데 어찌 일각에서는 ‘이제 이 나라는 끝났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월계동 아파트가격이 오를 정도니 대한민국 전체가 부동산 투기장이 된 것이고 평당 1억원 시대를 맞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서민들의 분석이다.
서울 지역의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가구 수가 지난해 8·31부동산대책 발표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0만 9166가구로 집계됐다.
어느 곳은 평당 1000만원 정도 오르는 것이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는 시대에 아파트 한채 가격이 1000만원 상승한 소식이야 뉴스는 커녕 강남 아파트 소유자들에게는 소위 ‘껌값’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월계동 아파트 가격 1000만원 폭등은 강남지역 아파트 10억원 상승 이상의 상징적 메세지를 보낸다.
정상적인 근로자라면 복권당첨없이, 그리고 부모의 도움없이는 내집장만을 포기해야 할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 내집 장만의 꿈을 저버렸으니 결혼은 당연히 한걸음 더 멀리 도망간다.
집을 마련할 처지도 않되고 결혼은 꿈조차 못꾸는 판에 무슨 자녀를 많이 낳아 애국을 하란 말인가.
한국사회에서 많은 성실한 근로자들이 꿈을 잃고 희망도 져버리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절망을 안겨줬고 분노를 넘어선 자포자기를 선사했다.
10년만에 가격이 오른 월계동 아파트 거주 주민들이 ‘1000만원’의 상승을 반가워만 하지 못하는 이유다.
/vicman@fnnews.com 박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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