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A사의 변액보험 상품에 4년째 가입한 김모씨(45)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보험사 창구에 약관대출을 신청했다. 현재 김씨의 해약환급금은 500만원 수준으로 350만원까지는 무난한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알았던 그는 막상상담을 받고 나서 깜짝 놀랐다. 보험사로부터 대출한도가 250만원 수준 밖에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가입 당시 해약환급금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알았다며 항의했지만 회사의 정책상 변동이 있었다는 답변만 내놓을 뿐이다.
▨'변경 내용 몰랐다', 급전 필요한 서민만 피해
보험사의 약관대출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 중에 자녀 학자금, 결혼비용 등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약관대출은 장기적인 시점에서 보험을 해약했을 때 되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금의 범위 내에서 무담보·무보증으로 대출이 가능하며 일반적인 은행의 신용대출보다 금리도 괜찮은 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출한도 축소내용이 보험가입자들에게 제대로 고지되지 않아 실수요자 마저 곤혹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B사의 변액보험 상품에 가입한 정모씨는 "금액이 담보대출 등에 견줄바는 못되지만 약관대출 역시 보험상품자의 권리인데 피보험자의 권리변동사항에 대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하는 책임을 고객들에게 전가시키는 꼴"이라며 항의했다.
결국 정씨는 모자라는 대출금액을 은행에서 12%의 고금리를 감당하며 신용대출을 받아야 했다.
이에 대해 신한생명 관계자는 "약관대출의 비율은 보험계약서 상에 조정가능토록 명기되어 있어 이를 일일이 피보험자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다"며 "다만 홈페이지에 1차적으로 공지를 해놨으며 콜센터로 상담을 청하는 고객들에게는 변동사항을 알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투자수익률 저하, '얌체보험족' 등에 대한 불가피한 조치"
보험사들은 이같은 보험약관대출 축소배경에 대해 최근 증시시장 불안에 따른 자산운용상의 리스크 증가와 더불어 이를 역이용해 시세차익을 챙기는 '얌체족'까지 늘어나는데 대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투자수익률이 당초 기대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계약대출비율이 높아지면 펀드 유동성 비율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수익률 확보가 어려워 대출을 하지 않은체 자산을 보존하는 다른 계약자에게도 피해를 미칠까 우려해 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배경은 변액보험이 일반보험 상품과는 달리 자산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실적배당형 상품인 것을 이용, 약관대출을 이용해 편법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보험가입자들이 늘고 있는데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변액보험은 일반 펀드상품과는 달리 계약자가 해약을 요청하거나 약관대출을 받으면 전날 주식시장 종가를 기준으로 당일날 바로 돈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식형 변액보험 가입자의 경우 주가가 떨어질 경우 약관대출을 받았다가 다시 주가가 올라가면 이를 되갚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이같은 얌체족들의 수익률이 높아지는 만큼 보험사는 손해를 보게 되고 결국 선량한 일반 가입자들의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당국이 변액보험의 기준가 적용일을 해약이나 약관대출 당일로 변경하도록 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newsleader@fnnews.com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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