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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약이야기] 엘러간 레스타시스-안구건조증 치료



“남들이 보기에는 먼지만한 가시 같아도 그게 내 상처일 때는 우주보다 더 아픈 법이에요.” 지난해 큰 반향을 일으킨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주인공 유정의 고백이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사람이야 그까짓 것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준다.

안구건조증도 마찬가지다. 눈에 눈물 좀 없다고 대수냐고 하지만 안구건조증의 고통은 눈에 모래알이 들어간 것과 같은 서걱거림을 경험한 사람만이 안다.

우리 눈에는 그저 투명한 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분과 점액, 기름층으로 이뤄진 눈의 보호제인 눈물은 눈을 보호하고 영양을 주는 윤활제이자 영양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눈물의 분비가 부족하거나 너무 빨리 증발되면 우리 눈을 덮고 있는 눈물막의 균형이 깨져 안구건조증이 발생한다. 눈이 뻑뻑하고 안구의 자극이 심해 충혈이 잘되는 것이 특징이다.

형광등이나 햇빛 아래서 눈을 뜨기 힘들 만큼 눈시림을 호소하기도 한다.

안구건조증은 컴퓨터 업무가 잦은 직장인이나 안드로겐 분비 저하로 눈물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않는 폐경기 여성, 류머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 환자, 장기간 콘택트렌즈를 사용하거나 라식수술을 받은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겨울이나 봄과 같은 건조한 계절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건조함은 눈물과 유사하게 만든 인공눈물을 수시로 점안해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수유가 모유수유에 미치지 못하듯 인공눈물 역시 우리 몸이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천연 눈물만은 못하다.

게다가 평생 하루에 서너차례 이상씩 눈물을 점안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최근 안구건조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길이 열렸다. 엘러간의 ‘레스타시스’(성분명·사이클로스포린 A)는 안구건조증의 원인인 염증을 치료해 눈에서 정상적인 눈물이 만들어진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눈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안구 표면이 손상되어 염증이 생기고 안구건조증이 유발된다. 안구에 염증이 생기면 면역 반응이 활성화되는데 이 과정 중 눈물샘의 기능이 저하되어 눈물의 질과 양이 떨어지는 것.

레스타시스는 하루에 두 번씩 점안하는데 투여 후 1∼3개월부터 안구표면의 염증과 건조증이 완화되고 실제 눈물 생성이 증가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6개월 정도 사용하면 인공눈물의 사용 횟수를 현저히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을 만큼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일반적인 안구건조증 환자들은 물론 시력교정 수술 후 안구건조증이 생긴 환자들이나 안구건조증으로 인해 콘택트렌즈 사용이 어려운 환자들의 증상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레스타시스는 지난 2002년 12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에는 지난해 3월부터 판매됐다. 전문 의약품이므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이 가능하다.

/shower@fnnews.com 이성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