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지난 5∼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농업 고위급 협의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실질적 수입 재개를 위해 이달 안에 뼛조각이 발견된 박스만 반송 또는 폐기하는 ‘부분 반송’을 시행한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 방식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며 ‘뼈를 제외한 살코기만’ 수입한다는 현행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자체의 개정을 요구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민동석 통상차관보는 7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협의 결과를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고위급협의에서 우리측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엑스레이 전수 검사를 유지하되, 뼛조각이 발견될 경우 해당 상자만 반송·폐기하고 나머지 선적분은 수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이달 중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우리가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하는데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난해 세 차례나 반송당한 미국 수출업체들이 다시 수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미국측은 뼛조각이 발견되더라도 수입에 지장이 없도록 현행 수입위생조건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협의에서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미국 광우병 위험 등급 판정 이후 조치에 대해서도 양국은 큰 의견 차이를 보였다.
우리측은 미국이 등급 판정을 받으면 양국간 기술협의를 포함한 합리적 절차에따라 위험평가를 실시, 수입 위생조건을 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평가결과가 나오는대로 OIE 규정상의 평가등급별 수입조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이뤄지도록 수입 위생조건을 즉시 바꿔야 한다고 맞섰다.
이밖에 미국측은 위생검역(SPS) 분야 현안과 관련, 조류 인플루엔자(AI) 지역화인정, 육류·가금육 검사시스템의 동등성 인정, 생명공학(GMO) 규제 철폐 등을 수용할 것을 우리측에 요구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열린 자유무역협정(FTA) 농산물 양허(개방) 관련 협의에서도 민감 품목에 대한 예외적 조치가 인정돼야 한다는 우리측 입장과 절대로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측 주장이 대립, 장시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우리측이 민감 품목의 예외 방안으로 제시한 농산물 세이프가드 및 수입쿼터(TRQ) 운용 방식에 대해서도 미국측은 이 같은 조치가 미국산 농산물이 한국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양측은 FTA 농업 분야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민감 품목의 양허 방향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되, 서로 신축성을 최대한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림부는 전반적으로 이번 고위급 협상이 상대방 입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키우고 협상을 진전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했다.
/hjkim@fnnews.com 김홍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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