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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붙이·자벌레…동물의 지혜 배운다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내시경의 인체내 이동 시스템은 동물의 특성에서도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사업단이 인체와 친화적인 구동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지렁이나 기생충, 발 하나로 자신의 몸을 거꾸로 지탱할 수 있는 도마뱀붙이, 딱정벌레 등과 같은 생물체의 이동방식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자벌레를 이용한 대장 내시경은 자벌레의 운동 방식에서 착안했다. 자벌레는 뒷다리를 고정시키고 몸을 늘려 앞으로 나간 다음 다시 앞다리를 고정시키고 몸을 줄여 뒷다리를 끌고오는 방식으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마찰계수가 상당히 낮아 아주 미끄러운 환경인 대장에서 이동할 수 있는 유용한 방식이다. 이를 응용한 설계 기술은 현재 이탈리아 벤처 기업으로 기술 이전이 완료된 상태다.

도마뱀붙이는 정지 메커니즘 개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도마뱀붙이는 발바닥에 있는 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융털과 바닥과의 반데르발스 힘(전기적으로 중성인 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약한 인력)으로 한 발로 지탱이 가능하고 어느 물체든 기어오를 수 있다. 이들 특성은 캡슐 내시경의 외부에 부착될 다리모양의 장치에 적용돼 인체에서 조사를 수행하던 캡슐 내시경이 추가 조사를 위해 정지해야 할 경우의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자기 몸무게의 20배에 달하는 힘으로 붙어 있는 것이 가능한 딱정벌레도 연구에 응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산 모양의 이빨로 우리 몸 안에 붙어있는 십이지장충은 캡슐형 내시경이 음식물에도 쓸려나가지 않도록 고정하는 원리에 응용되며 다양한 생물들이 갖고 있는 패들링방식(노젓는 것과 같은 운동방식)도 이동 원리에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김태송 박사는 “인체기관 내에서의 마이크로로봇 구동기구는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 개발사업단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신규 기술 분야”라면서 “이 분야의 연구는 캡슐형 내시경뿐만 아니라 인체에 들어갈 다양한 로봇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업단은 소화기관뿐만 아니라 혈관 속까지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이동기를 개발해 혈액속에 투입되는 혈전 제거 로봇 등을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