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국내 방송·문화 콘텐츠 시장은 대폭 개방된다. 또 외국산 방송 콘텐츠의 급속 유입에 따라 문화·연예산업의 잠식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의 국내 방송콘텐츠 공급업체(PP)에 대한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지고 미국산 방송콘텐츠의 국내 방송 제한율도 대폭 줄어든다.
이와 관련, 외국인들의 PP 업체에 대한 49% 지분소유 제한이 51% 이상으로 상승되고 국산 콘텐츠 보호에 필요했던 ‘방송쿼터제’도 각 분야로 대폭 완화된다.
방송시장 개방의 영향으로 가장 먼저 국내 안방 TV에선 각종 미국산 드라마·음악방송·애니매이션 프로그램 등과 함께 해외 스포츠 방송물이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방송콘텐츠 제작사는 고사 위기에 직면하거나 경영권을 미국 등 해외업체에 넘기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국내 방송콘텐츠 제작사들은 생존 차원에서 상호 기업병합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미국산 방송 콘텐츠를 활용한 각종 오락 상품들의 국내 유입이 가속화되고 심지어 수입된 방송콘텐츠와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진 각종 문화공연물 등의 수입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단기적인 반사 이익을 노리고 있는 곳도 있다. 일부 지상파 방송 TV의 경우에는 일단 방송 콘텐츠 및 해외광고의 손쉬운 유치 등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렇지만 외국 방송콘텐츠 업자들이 독점 횡포를 부릴 경우 콘텐츠 공급가격은 장기적으로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방송채널사용사업자협의회 서병호 회장은 “지난해 해외방송 콘텐츠 중 70% 이상이 미국에서 수입되는 등 이미 심각한 수출입 불균형 상태”라면서 “편성쿼터 완화 등이 가져올 국내 콘텐츠 산업에 끼칠 해악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 겨우 국산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산업의 기초를 만들고 한류의 확산을 위해 첫 걸음을 내디디려는 뉴미디어 산업은 국내 미디어 기업의 50배가 넘는 미국의 대규모 미디어 자본에 의해 초토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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