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국제결혼 시대의 두 그림자..이혼급증

농촌 총각 10명 중 4명꼴로 외국인과 결혼하는 등 국제 결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았지만 이혼도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대법원이 지난해 국제 결혼·이혼 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배우자와 이혼한 건수는 6187건으로 전체 이혼 12만5937건의 4.9%를 차지했다.

외국인 배우자와 이혼한 건수는 지난 2003년 2784건, 지난 2004년 3315건, 지난 2005년 4208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3년에는 1.6%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5%에 육박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외국인과의 혼인이 3만9071건으로 지난 2005년 4만3815건에 비해 4744건이나 줄었는데도 오히려 이혼은 크게 늘어 국제 결혼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외국인 처와 이혼이 63.4%

지난해 외국인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건수를 분석해보면 외국인 아내와의 이혼이 3924건으로 63.4%를 차지해 외국인 남편과의 이혼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전체 이혼 1833건 중 국제 이혼이 145건으로 7.91%를 차지해 국제 이혼 비율이 가장 높았다.이 밖에 전남 7.16%, 경북 5.72%, 충북 5.69%, 충남 5.52%, 전북 5.40% 등 농촌 중심의 도 지역 국제 이혼율이 5%를 넘었다.

서울은 2만7천437건의 이혼 중 국제 이혼이 1천859건으로 6.78%를 차지해 제주, 전남 다음으로 높았지만 부산 4.83%, 대전 4.31%, 인천 3.86%, 대구 3.16%, 울산 3.11%, 광주 2.82% 등 도시 중심의 광역시는 도 지역보다 국제 이혼율이 낮았다.

전남은 지난해 1만1074건의 결혼 중 국제 결혼이 2512건(22.68%)으로 조사됐는데 지난 2003년 이후 시도별 국제 결혼 통계에서 처음으로 국제 결혼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전남에서는 결혼식이 열리는 4곳의 예식장 중 1곳에서 외국인 신부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혼도 전체 3천894건 중 289건이 국제 이혼으로 제주에 이어 두번째로 국제 이혼 비율이 높았다.

■농촌 국제 이혼 심각

국제 결혼은 지난 1990년 100쌍 중 1쌍에 불과했지만 지난 2005년에는 농촌 지역에서 국제 결혼이 확산되면서 100쌍 중 13쌍까지 크게 늘었고, 배우자의 국적도 96개국에 이를 정도로 다양해졌다.

그러나 국제 결혼이 늘어나면서 이혼도 증가하고 있는데, 농촌의 이혼 통계를 들여다보면 도시 지역과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매매혼 등 국제 결혼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도시 지역은 외국인 남편, 아내와의 이혼 건수가 비슷하지만 농촌 중심 지역은 외국인 아내와 이혼하는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은 1859건의 국제 이혼 중 남편과의 이혼이 946건, 아내와의 이혼이 913건으로 남편과의 이혼이 많았다.

반면 전남은 279건 중 남편과의 이혼은 67건이었지만 아내와의 이혼은 212건이었고, 경북도 남편과는 78건이었지만 아내와는 227건이었다. 농촌 남성들과 결혼하는 외국인 여성들의 국적은 중국과 베트남 등 유교문화권 국가들이었다.

지난해 베트남 배우자와의 결혼은 9860건으로 전체 국제 결혼의 25.2%를 차지했는데, 베트남 남성과의 결혼은 48건에 불과했으나 여성과의 결혼은 9812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베트남 배우자와의 이혼 589건은 모두 아내와의 이혼이었다.

중국인과의 이혼도 전체 2835건 중 2514건이 아내와의 이혼이었다.
이는 농촌 총각들이 국제 결혼을 통해 배우자를 찾았다가 결국 적지 않은 수가 이혼하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농촌의 국제 이혼 비율이 높은 데는 브로커가 끼어든 매매혼 등 비정상적인 혼인에 따른 피해와 사회적·문화적으로 겪을 수 있는 부부간 갈등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는 매매혼 등 국제 결혼의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7월 관련 법률을 개정해 사법성 관리가 혼인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해 혼인의 자발성, 매매혼 여부를 조사한 뒤 문제가 있으면 혼인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gshwang@fnnews.com 황국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