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에 대해 미국 언론과 주도층에서는 이번 사건을 인종과 민족 문제로 여기지 않고 비뚤어진 개인이 벌인 폭력행위로 해석하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와 워싱턴 포스트지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18일 (현지시간) 조씨 사진과 함께 32명의 희생자를 낸 버지니아텍 참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조씨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와 총기규제의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조씨가 총격을 가해 사망케 한 여학생의 남자친구를 용의자로 붙잡아 신문하는 바람에 신속한 초동수사에 실패, 사건을 키웠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범인이 한국인으로 알려진 직후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가 공식 사과에 가까운 애도표명과 조문사절단 파견을 검토한데 대해서도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문화와 국민정서를 들어 정중히 거부했다.
버지니아공대 학생회는 노대통령과 주미 한국 대사관이 버지니아 총격 참사 이후 즉각적인 관심과 애도를 표명한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 대학 학생회는 이날 대사관에 보낸 e메일을 통해 “버지니아텍 학생들은 한국이 참사 이후 동정심과 애도를 표하고 대사관을 통해 촛불집회에 쓰일 1만개의 초를 지원해 준데 대해 감사한다”면서 “16일의 비극이 블랙스버그 너머 먼 곳의 삶에도 영향을 끼쳤음을 인식케 하는 가운데 우리와 슬픔을 같이 하려는 한국측의 메시지가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회는 또 “우리 학생들이 보기에는 한 사람의 행동이 우리 학생들과 한국민간의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그보다 이번 상황은 폭력을 극복하려는 열정을 공유한 모든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단합케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우리의 강한 열망은 인종,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과 사람들이 안전을 회복하는데 있다”면서 “한국이 이러한 공동의 목적에 연대를 표시한데 대해 거듭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 사회의 분위기와 관련, 한국 정부와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도리어 이번 사건에 대한 한국 책임을 부각시키는 역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은 이번 사건을 미국의 비극으로 생각할뿐 한국이 저지른 참사로 생각하지 않다면서 “한국이 지나치게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한국이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 사회가 성숙한 대응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과 동포사회에 불이익이 없도록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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