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코를 고는 30대 후반 직장인 김모씨는 낮에 매우 피곤함을 느낀다. 가끔 업무처리를 하면서 졸기도 한다. 최근 김씨는 아내에게 ‘잠 못드는 밤’의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아 각방을 쓰기로 했다. 대표적인 수면장애는 김씨 같은 심한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이다. 또 코를 골지 않아도 무면 무호흡을 겪는 상기도저항증후군을 앓는 사람도 있다. 이 증세는 마른 체형이 많다. 이밖에 불면증, 몽유병 등 다양한 수면 장애가 존재한다. 수면 장애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 전문의와 함께 알아본다.
■코골이·수면무호흡증
코고는 소리는 코에서 나는 것이 아니다. 목젖을 포함한 연구개(입천장의 일부)와 주위 점막이 떨리면서 소리가 난다. 이는 비만한 성인 남자, 특히 턱이 작거나 목이 짧고 굵은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연구개 인두 부위가 좁아 호흡할 때 생기는 공기 흐름에 의해 주위 점막이 쉽게 떨리기 때문이다. 단순 코골이는 함께 잠을 자는 사람이 괴롭지만 낮 동안의 피로감이나 졸음 이외에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문제는 수면 무호흡증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수면 무호흡증이란 한동안 숨이 막혀 컥컥거리다가 한계점이 지나면 ‘푸’하고 숨을 몰아쉬는 것을 말한다.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수면 시간당 5회 이상이면 수면 무호흡 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 횟수가 20회를 넘으면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증, 수면 중 사망 등의 빈도가 증가한다. 수면 무호흡증의 특징적인 증상은 요란한 코골음, 심한 졸음,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피로감, 두통,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등이다. 수면다원 검사를 실시하면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이 어느 정도 심한지, 부정맥(비정상적인 심장박동)의 발생 여부 등에 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정상인도 몸이 피곤하거나 술을 많이 마시면 일시적으로 수면 무호흡증을 보일 수 있다.
■상기도저항증후군
흔히 소리 없는 코골이라 불린다. 코를 골며 수면 무호흡에 빠지는 사람은 대부분 살이 찌고 목이 짧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상기도저항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마른 체형이거나 혈압이 낮다.
상기도저항증후군은 기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입을 벌리고 잠을 잘 때 뇌파가 깨어 있을 때처럼 자주 각성을 일으키는 게 원인이다. 입의 구조상 벌리고 자면 혀가 안 쪽으로 밀리면서 일시적인 호흡장애가 발생한다. 뇌가 순간 놀라 깜짝 깬다는 것이다. 따라서 숨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일도 없고 산소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지도 않는다. 본인의 판단으로 진단이 쉽지 않기 때문에 수면다원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잘 자고 충분히 수면을 취했는데도 아침에 개운하지 않다면 소리 없는 코골이를 의심해봐야 한다.
■불면증
불면증은 잠드는데 30분 이상 걸리거나 하룻밤에 자다 깨다를 5회 이상 반복하는 경우가 주 2∼3회 이상인 것을 말한다. 4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한다. 주로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장애,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인 원인, 교대근무나 해외여행과 같은 시차 변화, 약물 혹은 내과나 신경계 질환 등에 주로 나타난다.
해외여행과 같은 일시적인 불면증은 상태가 개선되면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만성 불면증은 원인이 쉽게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적인 장애가 호전되거나 스트레스가 해결돼도 계속해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또 우연히 밤을 새우고 나서 불면증이 지속되거나 특정한 수면 장애에 의해 계속해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자거나 누워있을 때 ‘근질근질한 느낌’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체운동을 통제하는 신경세포인 도파민 전달체계의 이상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도파민 전달체계의 이상은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밖에 임신이나 당뇨, 알코올 중독, 심한 다이어트, 파킨슨 병, 철분 부족으로 인해 생길 수 있다. 수면 전이나 수면 중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개인마다 느끼는 증상이 다양하다. 따라서 다른 질환의 증상과 혼동되기 쉬워 성장통이나 우울증, 고혈압, 불안장애, 관절염 등 진단을 받는 경우도 많다.
■램수면 행동장애
잠을 자다 악몽을 꾸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꿈을 꾸는 도중 실제로 소리를 지르고 팔과 다리를 휘졌거나 일어나서 옆에서 자는 사람을 때리거나 주먹으로 벽을 치는 등의 행위를 보인다면 치료해야 한다. 이를 램수면 행동장애라 부른다. 환자는 이러한 행동은 기억하지 못하고 무서운 꿈을 꾼 것만을 기억한다. 수면다원 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며 적절한 약물에 의해 치료할 수 있다.
■수면 마비와 야경증
흔히 말하는 가위에 눌린다는 것을 수면 마비라고 부른다. 잠이 들거나 깨어날 때 갑자기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특징이다. 기면병에 잘 동반되지만 정상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수면 습관이 나쁘거나 수면 부족, 낮잠을 잘 자는 사람 등에서 발생하기 쉽다.
야경증은 어린이에게 많은 대표적인 수면 장애다. 대개 4∼12세에 나타나는데 잠이 든 후 30분 내지 한두 시간 지난 뒤 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계속 지르거나 울기 시작한다.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고 공포에 질린 듯하고 호흡까지 빨라진다. 땀을 흘리며 동공도 커진다. 야경증은 대부분 나이가 들면 없어지지만 어떤 경우에는 한 주일에도 몇번씩이나 나타난다.
뇌파 검사에는 아무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밖에 자다가 일어나서 무의식적으로 걸어 다니는 몽유증도 어린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면장애 현상이다. 초등학생의 15%가 한번씩은 몽유증을 겪고 1∼6%는 지속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도움말=고대안산병원 수면센터 신철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수면장애클리닉 홍승봉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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