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강남 재건축의 대명사인 개포동 주공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소리소문 없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집값 안정 기조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개포동 주공1단지 재건축아파트 단지내 상가 우정공인 사무실에는 전화벨이 5분 간격으로 울렸다. 모두 급매물 여부와 시세 동향 등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였다.
우정공인 김상열 사장은 “개포동 주공단지의 중개업소는 다들 상황이 비슷하다”면서 “최근 실수요자들의 매매 문의가 더욱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개포동 주공 상승폭 가장 커
개포주공단지 내 공인중개업소들로부터 최근 보름새 실거래가 동향을 확인한 결과 개포 주공1단지 전체 4개 평형 가운데 두 개 평형이 이미 작년 연말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또 주공2단지는 5개 평형 모두 작년 연말 최고가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주공3단지도 36㎡(11평)을 제외한 43㎡(13평)와 49㎡(15평) 두 개 평형이 지난해 최고가를 넘었거나 같았다. 4단지는 아직 작년 최고가를 넘어선 평형은 없지만 36㎡(11평)의 경우 6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최고가인 6억45000만원에 근접했다.
개포주공 내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지난 5월 동탄2지구 신도시 발표 후 한 차례 급등했고 6월 중순 용적률 상향 논란이 있었을 때 또다시 상승, 현재 시세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은마·반포·고덕 강남권 재건축도 상승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상승 추세는 개포 주공만 해당되지 않는다. 은마아파트나 서초구 반포, 강동구 고덕지역 거래는 활발하지 않지만 급매물이 거의 소진됐고 다시 치고 올라갈 분위기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치2동사무소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31평형은 지난주 10억5000만원, 34평형은 4일 12억3000만원에 각각 실거래 신고됐다. 이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11억6000만원, 14억원 수준에 상당히 근접한 수준이다.
은마아파트 내 단지내상가 에덴공인 관계자는 “작년 11월 최고가를 기록했던 것이 급락하다가 최근에 거래가 되기 시작했다”면서 “아직 매수와 매도 호가가 격차가 커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강보합세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전문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최근 개포주공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대부분 작년 시세를 회복했다”면서 “아직 반포주공, 고덕주공의 본격적인 상승세가 따라붙지는 않았지만 바닥세인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재건축단지 가격 상승이 가시화되면서 부동산 안정기가 지나고 다시 상승기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사장은 “서울 외곽이나 지방 부동산 시장은 침체될 수 있지만 강남권은 재건축 경기가 살아나면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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