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늘 염려와 경계가 따른다. 옛날 사람들은 인공심장 박동기를 달면 ‘인간성’도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를 걱정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염려를 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두뇌와 기계를 바로 연결한다면 어떨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 연구에 관심을 기울인다.
미국에선 쥐의 두뇌에 전극(電極)을 심고 전기적인 신호를 보내 쥐의 움직임을 조종하거나 원숭이의 두뇌에서 직접 운동 신호를 추출해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일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들의 목표는 사람과 기계가 사실상 하나가 돼 생각만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장치의 개발이다.
문제는 이들 연구가 군사 목적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투기 조종사의 신경회로가 그들이 다루는 장비의 실리콘 회로에 직접 연결돼 있다면 조종사는 앞의 카메라를 보고 판단하는 것만 가지고도 전투기를 움직여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공학의 태동
신경공학(BMI:Brain-Machine-Interface) 연구는 지난 1990년대 초부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당시 연구자들은 실리콘 회로에 신경세포(뉴런)들이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화학적인 신경처리 단위를 탐지하는 데 사용했다.
지난 2003년 5월 미국 뉴욕주립대의 생명공학자 산지브 탈와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로봇쥐(Roborat)’에 대한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신경공학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연구는 살아 있는 쥐의 뇌에 전극을 삽입, 원격조종해 쥐를 로봇처럼 부릴 수 있게 한 것.
연구팀은 5마리의 쥐 뇌에 전극을 이식했다. 전극의 하나는 먹거나 마시는 행동과 연관돼 쾌감을 일으키는 부위인 내측전뇌 속에, 2개는 쥐의 왼쪽과 오른쪽 수염에서 오는 신호를 처리하는 부분에 이식됐다.
연구팀은 컴퓨터를 통해 무선통신으로 500m 떨어진 로봇쥐에 명령을 내려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실제로 실험에서 로봇쥐는 명령에 따라 좁은 틈 사이로 내달리고 수직으로 놓인 사다리를 올랐으며 계단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또 파이프 등 작은 구멍을 통과하고 경사가 급한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등 장애물도 쉽게 극복했다. 이 실험은 단순한 형태지만 의도가 담긴 임의의 정보를 직접 동물의 두뇌로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진화를 거듭하는 신경공학
지난 2003년엔 미국에서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듀크대 미구엘 니콜렐리스 박사는 10시간의 수술로 붉은털 원숭이 2마리의 뇌 일부에 ‘마이크로와이어’라는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는 탐침(探針)을 이식했다.
원숭이에게 비디오 스크린을 보면서 조이스틱을 갖고 건너편 방에 있는 50㎏짜리 로봇 팔을 움직이는 방법을 학습시켰다. 조이스틱을 작동해 로봇 팔을 뻗어 물건을 움켜쥐고 조절하는 방법을 익히게 했다. 탐침에 연결된 컴퓨터는 원숭이 뇌의 전기적 패턴을 추적해 원숭이의 ‘뻗어라’ ‘붙잡아라’는 생각을 알아냈다.
남캘리포니아대학의 테드 버거 박사 연구팀은 마이크로칩을 이용한 기억용량 확대 가능성을 연구 중이다. 이들은 기억 저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의 해마 부분 중 일부를 마이크로칩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 중이다.
버거 연구팀은 쥐의 해마(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에서 일부를 떼어내 뉴런을 자극하고 그 자극이 만들어내는 신호를 관찰해서 수학적으로 모델링한 후 동일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연구는 미국 국방부 고등연구 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고 있다.
■향후 과제와 윤리적 문제
이 모든 기술에는 해결해야 할 한 가지 공통적인 과제가 있다. 사람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뇌는 이식된 전극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세포들을 보내 조직에 있는 전극을 감싸안게 한다. 따라서 신호 전달이 불가능해진다. 이를 극복할 생체융합능력을 가진 소재의 개발이 당면한 과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전극을 삽입하지 않는 비침습적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이런 장기적 안목하에 이뤄지는 일련의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있다. 국방부가 아니라면 이런 연구를 지원할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연구를 지원하는 국방부의 목적에 대해서는 다들 말하기를 꺼려한다. 그들은 국방부의 자금을 받고 있긴 하지만 자신들의 연구가 의학적인 응용을 통해 인류를 도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신경윤리학자인 마사 파라 교수는 “국방부 자금을 받으면서 그 프로그램의 이면에 있는 목적을 모르는 연구자들은 윤리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료:한국과학문화재단>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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