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믹(Mimic 1997)'에는 거대하고 기괴한 곤충이 등장한다(사진). 괴물이 탄생하는 줄거리는 이러하다. 어린 아이에게 특히 치명적인 병원균이 뉴욕에 퍼진다.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바퀴벌레가 균을 옮긴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과학자들은 바퀴벌레의 확산을 막기 위해 흰개미와 사마귀의 DNA를 합성하여 새로운 종의 곤충, '유다'를 만들어 낸다. 유다 종은 생식 능력도 없으며, 수명도 기껏해야 6개월을 못 넘기도록 만들어졌으나 그들은 멸종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된 지하철 선로를 따라 서식지를 만들고, 어둠 속에서 진화를 거듭하며 사람과 같은 형상으로 변화되어 갔다.
이 괴물로부터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2m에 가까운 거대한 몸집 때문이다. 같은 해에 나온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 1997)'에는 더욱 거대한 곤충들이 날뛴다. 만약 이런 거대곤충들과 인간이 생존 경쟁에 돌입한다면, 어느 편이 살아남을까?
이렇게 거대한 곤충은 공상의 산물이 아니라 지구상에 실제로 존재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3억5000만 년 전부터 7000만 년 동안 지속된 석탄기가 바로 그 시기이다. 육상동물은 데본기말에 이미 대부분 멸종된 상태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양의 식물이 지구를 덮었다. 오죽했으면 이때를 석탄기라고 부를까. 당시의 대기는 산소로 가득 찼다. 농도가 지금의 2배 수준까지 높았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추측이다. 산소는 생물의 생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시 곤충들의 몸집은 거대했다. 화석으로 남겨진 당시의 잠자리는 날개폭이 무려 75㎝였다.
질문①
산소의 농도가 현재보다 2배 높아지면 곤충의 크기는 어느 정도 커질 수 있을까?
(조건:현재 대기 중 산소 농도는 20%이고 곤충이 배출하는 배기가스의 산소비율은 15%라고 하자.)
질문②
영화 '미믹'의 괴물, 유다는 초보적인 폐를 통해 숨을 쉰다고 설정되었다. 곤충이 폐를 갖는 것이 가능할까?
풀이
질문①:곤충의 가슴이나 배에는 기문이라는 구멍이 있다. 이 구멍을 통해 기관호흡을 한다. 사람도 그러하지만 산소는 확산을 통해 체내로 유입된다. 산소의 압력 차이가 클수록 확산속도가 커진다. 곤충이 배출하는 배기가스 중의 산소 분압이 15% 수준이라면 공기와의 차이는 5%가 된다. 산소의 농도가 2배라면 이때 분압 차이는 25%, 즉 현재보다 5배로 높아진다. 산술적으로 이는 곤충의 부피가 5배만큼 커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질문②:불가능하다. 곤충의 배가 다른 신체부위와 달리 유연한 것은 기관호흡을 하기 위해 수축과 팽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곤충은 외골격을 갖고 있다.
딱딱한 외골격 속에 폐가 들어 있다면 호흡하기 위해 체내에 상당한 빈 공간-이를 흉강이라고 부른다-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체중은 증가하고 이를 지탱할 근육은 점점 더 필요한데, 그러려면 더 많은 빈 공간이 필요하다. 이는 마치 멀리 날고 싶은 로켓의 딜레마와 같다. 멀리 가려면 연료가 많이 필요하고 연료를 많이 실으면 무거워져 날 수 없게 되는.
-㈜엘림에듀 대표 저자 백광현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