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인공태양’ 핵융합 발전소,미래에너지 각광

【대덕=이재원기자】 2045년 7월 서울. 직장인 김융합씨(32)가 출근길에 나선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김씨는 자신의 전기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여의도로 향했다.

김씨는 문득 3년 전의 출근길이 떠올랐다. 3년 전 지구는 바닥을 드러내는 유전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 매장량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석유값도 ℓ당 10만원을 돌파했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문을 닫는 공장도 속출했다.

하지만 2045년부터 이 같은 걱정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소가 무공해 에너지를 저렴하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핵융합 발전으로 인해 산성비도 없어졌고 지구 온난화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만 줄을 잇고 있다. 이 모두 핵융합연구센터(NFRC)가 50년간 일궈낸 노력의 산물이다.

■핵융합 에너지란

핵융합 에너지는 흔히 ‘인공태양’에 비유된다. 스스로 빛을 내며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태양과 같은 원리로 생성되기 때문이다.

핵융합 발전의 원료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다. 중수소는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다. 질량은 수소의 2배다. 그리고 바닷물 1ℓ에 0.03g이 들어 있다. 삼중수소는 중성자가 두 개 더 있다. 질량은 수소의 4배다. 삼중수소는 리튬을 핵융합장치에서 핵변환시켜 얻을 수 있다. 현재 지구엔 1500만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리튬이 남아 있다.

핵융합 발전의 첫단계는 토카막(초전도자석으로 된 핵융합장치)에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주입, 초전도 자석의 전류를 급격하게 변화시켜 플라스마를 만든다. 이때의 온도는 수백만도에 이른다.

플라스마 상태에서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충돌하면 헬륨과 중성자가 생성된다. 이때 헬륨과 중성자의 질량 합은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질량 합보다 작다. 여기서 남은 질량이 변환된 에너지를 우리는 핵융합 에너지라 부른다. 남은 질량은 작지만 변환된 운동에너지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그리고 이 운동에너지는 중성자를 열 변환기에 강하게 부딪치게 하고 열 변환기는 물을 끓여 발전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핵융합 에너지는 청정 원료만 사용한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는 물론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당연히 에너지원도 무한하다.

■선진국은 지금 핵융합 연구중

선진국들은 지난 1960년대부터 핵융합 연구를 시작했다. 일본은 1961년 플라스마연구소를 설립, 다양한 방식의 핵융합로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도 우리나라보다 일찍 실험장치를 완공했다.

이런 선진국들이 최근 핵융합 공동연구에 합의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라 명명된 이 사업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인도, 러시아, 중국과 우리나라 등 7곳이 참여했다.

이들은 향후 총 6조원가량을 투입, 2017년까지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ITER를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후 20년간 약 50억달러의 연구비로 핵융합발전의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ITER 참여의 장점은 선진국들이 축적한 각종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부담하는 분담금(9.09%)만큼의 지분이 보장돼 관련 기술 개발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지분만큼 납품 권한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담금의 78%가 현물 분담이다. NFRC 신재인 소장은 “국내 장비업체들이 직접 제작해 납품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을 선점하는 등 대부분의 비용을 국내에 투자한다”면서 “현금분담금 또한 파견되는 우리 인력의 인건비와 훈련비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KSTAR로 핵융합 강국 간다

우리나라도 핵융합 프로젝트를 12년째 진행하고 있다. 그 중심엔 ‘차세대초전도핵융합장치(KSTAR)’가 있다. 오는 9월14일 완공될 KSTAR는 ITER와 동일한 초전도자석을 사용하는 가장 진보된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 연구장치이다. 최첨단 기술이 총망라된 우리 기술의 결정판이라는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한다.

우리나라는 고효율의 플라스마를 장시간 가동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KSTAR 운영 경험은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기술의 파급성에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KSTAR는 수많은 기술 개발 성과를 얻어냈다. 실제 KSTAR는 세계 최고 성능의 초전도 자석 제작 기술를 갖고 있다. 초전도 도체 제작 기술도 세계 수준이다.

특히 상용 핵융합로 개발의 핵심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약 3000억달러로 추산되는 핵융합발전소 건설의 한 축에 서게 됐다.
이들 장비나 부분품들에 대한 연구와 생산 모두 국내 주요 기업이 참여했다.

NFRC KSTAR 사업단장인 박주식 단장은 “KSTAR엔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고려제강 등 국내 기업들과 원자력연구원 등의 다양한 기술진들이 참여했다”면서 “초전도·초고온·극저온·빔기술 등 핵융합 원천기술과 플라스마 같은 파생기술의 실용화를 통한 신산업 창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또 “KSTAR의 제작 경험은 ITER 건설에도 중요하게 활용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2021년까지 핵융합에너지기술 5대 강국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