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풍요로운 한가위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휴일이 길다. 5일이나 되는 휴일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고향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 휴일에는 여름휴가와 비슷하게 긴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사람도 갈수록 늘고 있다. 긴 연휴 동안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전문의들에게 들어본다.
■맛있는 음식, 자제하세요
명절에는 평소에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기 때문에 과식하기 쉽다. 특히 어른보다는 절제력이 없는 어린이들이 많이 먹는 경우가 흔하다.
대한소아과학회 전정호 전문위원은 “과식한 경우에는 소화제부터 먹이지 말고 한끼 정도 식사를 걸러 위와 장을 쉬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어린이가 복통을 호소하고 설사를 할 때는 밥물 등을 먹이면 대개 1∼2일이 지나면 증상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 5회 이상 설사나 복통을 하며 열이 동반되거나 변에 피가 섞여 있다면 빨리 소아청소년과를 찾아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은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어른들 옆에서 놀다가 뜨거운 기름이 튀거나, 달궈진 솥에 부딪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때는 먼저 화상 부위를 깨끗한 찬물에 3∼5분 담가 통증과 열을 가라앉힌다.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터뜨리지 말고 즉시 응급실로 가는 것이 좋다.
■성묘할 때, 벌 주의하세요
벌초를 하거나 성묘할 때 벌집을 잘못 건드려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말벌의 침은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아 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벌에 쏘이면 처음에는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붓고 시린 느낌이 든다.
벌에 쏘였을 때는 핀셋으로 벌침을 빼내려 하면 독이 들어갈 위험이 있다. 따라서 핀셋보다는 쏘인 부위를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밀면 어렵지 않게 침을 빼낼 수 있다. 그 다음 얼음이나 찬물을 이용해 찜질을 해 부기를 가라앉히고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주면 된다. 그러나 가렵다고 침을 바르면 오히려 감염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풀이나 나뭇잎에 스치는 일이 많다. 이때 사람에 따라서는 피부가 가렵고 붉어지며 물집이 생기는 급성 알레르기의 일종인 접촉성 피부염(풀독)이 생길 수 있다. 산에 오를 경우 이런 식물에 피부가 접촉되지 않도록 소매가 긴 옷을 입고 만약 피부염이 생겼을 때는 항히스타민제나 피부연고를 바르면 대부분 좋아진다.
뱀에 물렸을 때는 독소가 빨리 퍼지므로 먼저 안정이 되게 누이고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위치시킨다. 이후 상처부위를 물로 잘 씻어 소독한 후 구혈대를 맨다. 이때 피가 통하지 않게 너무 꽉 매기보다는 손가락 하나 정도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을지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이장영 교수는 “뱀에 물렸을 때 입으로 빨아내거나 칼로 상처를 내 피를 빼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금기사항”이라며 “효과적으로 뱀의 독소를 제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감염과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 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비약 챙겨두세요
추석 때는 과식이나 며칠 동안 보관한 음식 등을 먹고 배탈과 설사, 구토가 많이 발생한다. 또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회포를 풀다보면 과음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 흔히 호소하는 증상이 두통이나 구토다.
과음을 심하게 한 날은 숙취 해소제를 먹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두통이 심할 때는 그냥 참기보다는 카페인이 없는 두통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숙취 해소제는 술을 마시기 전에 먹어서는 별 효과를 볼 수 없다. 술을 마시기 전 위를 보호하고 싶다면 겔형으로 된 위 보호제가 오히려 효과적이다. 숙취 해소제를 미리 구입해 두지 않았다면 인삼물에 꿀을 타 마시는 것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진통제(해열 진통제),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도와주는 건위제, 장의 기능을 정상화해 변비나 설사를 억제하는 정장제, 항생제가 포함된 피부연고, 소독약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만약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시럽으로 만들어진 해열시럽제, 소화제를 준비한다.
세란병원 내과 복현정 과장은 “의료 비품으로는 체온계, 붕대, 반창고, 핀셋, 의료용 가위 등이 있으면 훨씬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응급약을 챙길 때는 반드시 유효 기간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화가 화목한 가정만들어요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감정이 상하는 것만큼 불편한 일은 없다. 하지만 명절이 끝난 후에 스트레스가 싸움으로 이어지는 집도 많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태현 교수는 “관점의 변화, 합리적인 분담, 그리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귀향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일상생활의 연속성이 단절돼야 하고 선물을 준비해야 하며 교통대란 속에서 고생할 걱정을 하고 편하게 느껴지지 않던 어려운 친족들을 만나 때로는 상처가 될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요소들을 찾아보자. 건강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 친척들과 즐거운 만남, 평소의 갈등 해소 등등.
핵가족의 작은 살림만 하던 사람들은 산더미 같은 음식과 설거지에 절로 한숨이 난다. 이 때는 남편의 현명한 도움이 필요하다. 자주 돌아보며 도와줄 것이 없는지 물어보고 잔심부름을 해준다.
또 가끔 부인을 부엌에서 불러내어 피곤한 어깨를 주물러준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서로의 피곤함과 노고를 인정해주고 칭찬해주자. 이 모든 과정이 잘 안 된다면 그것은 평소에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장애는 부부간 불화의 가장 큰 원인이므로 이 기회에 그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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