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걸 한국전력 사장은 9일 “대북 전력지원 문제는 해주와 남포 등에 들어설 공단의 규모와 업종 등이 나온 뒤에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대북 지원 내용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던 이 사장은 이날 취임 6개월을 맞아 정부과천청사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대북 전력지원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전력 문제가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어 준비했던 것은 사실이나 북측으로부터 전력 문제에 대한 특별한 요청이 없었다”면서 “다만 북측 관계자들은 ‘북한 경제에서 전력이 최대 걸림돌이며 이번 수해로 송·배전 설비가 손상을 입어 전기 사정이 어렵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대북 전력지원 방식에 대해 그는 “발전소 건설, 송전 등 가능한 여러 방안이 있다”면서 “기존 북한 설비의 개·보수가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반대로 신규 건설이 낫다는 견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아울러 “구체적 대북 지원 방식은 해주와 남포, 안변 등에 들어설 산업설비의 규모와 업종 등이 어느 정도 정해져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평화변전소를 통해 최대 40만㎾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여기서 110㎞ 떨어진 해주특구의 경우 들어설 공단과 산업에 따라 현재의 설비로도 충분히 공급이 가능할 수도 있고 추가로 설비를 건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전측은 북한에 100만㎾급의 화력발전소를 지을 경우 무연탄 발전소는 16억달러, 유연탄 발전소는 11억달러가량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이 사장은 “러시아 TGK4 인수를 비롯해 미국 발전회사와 중국 화력발전소 지분 인수, 필리핀 발전소 건설, 네팔 수력발전소 건설 등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TGK4는 모스크바 서쪽지역(인구 2500만명)에 전력과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발전회사로 가스복합 화력발전소 26개(발전용량 3328㎿), 난방공급용 열원시설 100개(열공급량 1만7915G㎈/h)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데 한전은 5억~10억달러를 투자, 26%의 지분을 갖게 될 전망이다.
이 사장은 “중국 산시성 일대에서도 940만㎾급 석탄발전소 지분 34%와 인근에 있는 매장량 20억t 규모의 9개 석탄광산을 인수하는 계약이 중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 다음달쯤 발표될 예정”이라며 “미국에서도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해 인수 후보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필리핀 민다나오섬에도 발전소를 건설, 한진중공업이 건설하는 선박블록 공장에 전기를 공급키로 했으며 네팔에도 각각 20만·5만㎾급 수력발전소 2기 건설을 추진키로 하고 이번주 현지를 방문해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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