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9일 서울 명동거리를 지나던 행인들은 난데없이 하늘에서 ‘선물세례’를 받았다.
GS그룹의 계열사인 GS리테일이 일본 더스킨사의 ‘미스터도넛’ 브랜드 매장 1호점 개장을 기념해 3000여개의 풍선에 도넛 무료 이용권 등이 담긴 봉지를 매달아 마치 ‘융단폭격’하듯 뿌린 것이다.
GS리테일은 미스터도넛을 구매한 고객 가운데 추첨을 통해 황금도넛을 경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대적인 이벤트는 대기업이 아니고는 엄두도 못낼 일.
이날 매장을 찾았던 한 고객은 “큰 회사가 하니까 도넛이 아주 맛이 있다”면서도 “소규모 창업자들은 이제 이런 사업에서 경쟁력이 없겠다”고 씁쓸해했다.
대기업들이 제과·커피, 초밥집을 비롯해 콜택시 사업 등 투자 규모가 아주 작은 ‘마이크로 비즈니스’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관련 업종마다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대기업 명성에 먹칠을 하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종합상사의 초밥집과 하우스맥주집.
현대종합상사는 2003년 “수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수로 눈을 돌린다”며 서울 강남역 인근에 회전초밥집 ‘미요젠’과 하우스맥주집 ‘미요센’을 열었으나 적자에 허덕이다 결국 2005년에 문을 닫았다.
두산그룹의 ‘종가집 김치’도 적자를 견디다 못해 지난해 대상에 매각됐다.
두산그룹측은 “그룹이 소비재에서 산업재로 탈바꿈하는 상황이라 김치사업을 처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사먹는 김치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독점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익이 나지 않아 그룹의 애물단지였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GS리테일의 미스터도넛도 개점 초기 하루 매출이 1000만원을 넘어 깜짝 실적을 올렸지만 갈수록 매상은 줄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연내 점포 수를 10개로 확장하겠다던 당초 계획도 지지부진하다. 목이 좋은 황금상권의 경우 이미 던킨도넛 등 기존업체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스터도넛의 매장은 명동본점과 서울 홍대점, 경기도 구리점 등 3곳이다.
대기업이 소규모 사업에서 재미를 못 보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과 시장 흐름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대기업은 의사 결정이 느린데다 꼼꼼히 매장을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마이크로 비즈니스’ 참여에 대해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리 우호적이지 못하다.
지난 17일 SK에너지가 콜택시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하자 서울의 한 택시 운전기사는 “SK처럼 큰 회사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콜택시 자영업자들은 이제 다 망하게 생겼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반대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밥솥, 가습기, 비데 등 소형 생활 가전제품 사업을 중소기업에 잇따라 매각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소형가전 사업이 최첨단을 지향하는 회사의 이미지와 맞지 않고 수익성도 떨어지는 데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침범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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