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가 결국 구속됐다. 1차 구속영장 기각 이후 검사 12명, 수사관 27명이 투입될 정도로 검찰이 사실상 ‘자존심’을 걸고 수사에 나서 재청구에서는 발부되지 않겠는가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신씨가 지은 죄는 결국 법정에서 처벌받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신씨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할 점과 고민해야 할 점은 없는지 등을 묻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신씨 사건은 반의 ‘훔쳐보기’ 정서에 들어맞았다. 사건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지난달 12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inappropriate relationship)’가 드러나면서부터였다. 권력과 돈, 그리고 로맨스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이슈는 대중의 훔쳐보기 욕망을 타고 연일 대서 특필됐다.
주된 내용은 신씨의 죄가 얼마나 큰 것인지, 사회와 국가에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부적절한 관계의 농도가 얼마나 짙었는지, 일부에서는 신씨 누드사진이 ‘국민의 알 권리’라고 강변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또 하나, 남성사회가 성공한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세간의 신씨에 대한 이미지를 요약하면 ‘거짓말쟁이에 몸뚱아리 하나로 성공한 팜므파탈’ 정도. 이는 성공한 여성들에게 쏟아지는 남성사회의 곱지 않은 눈초리 때문에 생겨났다. 또 신씨가 미혼이라는 점도 신씨를 팜므파탈로 몰아가기 좋은 요소가 됐을 수도 있다.
물론 몇몇 성공한 여성들이 ‘몸뚱아리’ 하나로 성공을 구가했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론을 각론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
다수는 ‘팜므파탈’로 골인점을 정해놓고 드러나는 정황들을 짜맞추는 데 급급했던 같다. ‘申의 남자 한둘이 아니다’ 등등. 신씨를 알고 있다는 사람들은 탁월한 사교성, 적당한 미모에 일을 참 열심히 하던 사람이라는 게 공통적인 평이다.
신씨는 현재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돼있다. 검찰은 신씨의 재판을 앞두고 혐의 입증을 위해 막판 보강수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씨에 대한 판결이 어떻게 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저급한 집단관음증 내지 편협한 시각 등은 어떻게 교정될지 답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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