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

영화 ‘아마겟돈’식 종말 가능할까



‘미국 텍사스 크기 만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면 막을 대책은 있는가.’

90년대 말 할리우드에서는 지구종말의 공포가 엄습하는 영화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가 인기를 끌었다. 이 두 영화는 미국이 혜성에 구멍을 뚫고 핵탄두를 설치, 폭발시켜 혜성의 궤도를 바꿔 지구를 구한다는게 주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지구를 멸망시킬수 있는 지름 10km급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문제는 천문자들이 “지구가 우리 세대에 행성 충돌을 겪을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는 것.

특히 미 항공우주국(NASA)이 혜성과 소행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실제 NASA는 지난 2005년 ‘우주선과 혜성의 충돌’ 실험을 지구에서 1억3400만㎞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들은 소행성과의 충돌을 막기위한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근 지구천체가 지구를 위협

소행성과 혜성중 일부가 본래 궤도를 이탈해 수천만년에서 수억년에 이르는 긴 시간에 걸쳐 궤도가 변하는 것들이 있다.근 지구천체(NEO)라 부르는 이들은 지구궤도를 통과하거나 접근하기도 한다. 또 지구 최접근 거리인 750만km 이내 크기 150m 이상인 것을 지구위협소행성(PHA)라고 한다.

국제천문연맹 소행성 센터(MPC)에 따르면 총 4900여개의 근 지구소행성(NEA)과 150여개의 근 지구혜성(NEC), 900개에 달하는 지구위협소행성(PHA)가 등록돼 있다.

■지구와 NEO가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NEO 충돌은 ‘극소의 확률과 피해의 극대화’로 표현할 수 있다. NEO의 지구 충돌 시뮬레이션 결과 지름 10km급 천체가 지구를 강타할 경우 충돌 피해는 즉시 지구 전체로 확산된다. 대부분의 생물도 멸종했다.

지름 6km급 천체가 태평양 한복판에 낙하할 경우 순간적으로 지름 260km정도의 ‘크레이터’가 형성되고, 중심 물결의 높이가 430m인 해일이 아음속으로 전파돼 높이 40m의 물 장벽이 일본 도쿄 시내를 집어삼켰다. 북·남미 서부 해안, 동남아, 일본, 호주 등도 위험지역 분류됐다. 대서양에 낙하하면 유럽 서부 해안이 초토화됐다.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는 “가장 위험한 충돌은 1km급소행성 충돌”이라며 “10km급 소행성보다 빈도수가 높고, 수백m급 소행성보다 피해 규모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NEO가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매우 낮다. 문 박사는 “지름 10km급 천체가 100년동안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100만분의 1”이라고 말했다.

■NEO와 충돌을 피하는 방법은 없는가

지구와 NEO 충돌을 막는 방법은 NEO의 궤도를 변경시키는 것이다. 먼저 NEC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궤도 이탈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는 NEC는 무게가 달라지면 궤도가 변경된다는 원리에서 착안했다. 이 방법은 거울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인공위성들을 NEC에 보내 태양빛을 반사시켜 NEC 내부 수증기를 증발시키는 것.

‘태양 돛’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태양에선 전기의 성질을 갖고 있는 바람이 만들어진다. NEO에 돛을 달아 태양풍의 영향을 받게 하면 NEO가 다른 궤도 갈 수 있다. 또 소행성에 추진 로켓을 부착해 궤도를 변경하거나,폭발시키는 방법도 있다.

■세계는 지금 충돌 예방 연구중

유럽과 일본은 지난 2005년말부터 잠실야구장 3배 크기의 소행성 궤도변경을 위한 우주선 기초설계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소행성과 혜성을 목표로 한 종합 감시·통제·요격체계인 행성방위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우리 나라는 한국천문연구원과연세대학교 협력연구팀이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호주에 무인관측소를 설치해 NASA와 미 공군의 NEO 프로그램의 사각지대를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두 관측소는 로보틱 시스템을 통해 망원경의 움직임, 전하결합소자(CCD) 카메라 제어, 관측소 운영 등 모두 과정을 컴퓨터가 일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또 논리적 연산법(알고리즘)을 개발해 빠른속도로 통과하는 NEA를 검출해내고 있다. 최근 보현산천문대에서 새로 발견한 NEA들은 최무선, 장영실 등 한국 과학자들의 이름을 헌정하기도 했다.

/talk@fnnews.com 조성진기자

■사진설명=3차원 컴퓨터로 만든 인도의 '로나 크레이터(표면에 분화구처럼 움푹 파인 지형)'